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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사이플 11기] 제자입니까 독후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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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임새미
조회 2,324회 작성일 21-11-17 2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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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자입니까 라는 질문에 여러가지 생각이 든다. 나는 제자가 아니지는 않지만 내 삶의 상황에 따라 우선순위와 마음가짐이 쉬이 변하는 불성실한 제자라고 할까. 새누리교회에 와서 목자로 섬긴 지난 시간을 되돌아보며 뜨거웠던 순간들, 열정과 소망이 있던 순간들을 생각한다. 하나님이 채워주시는 것들은 흘려보내기 위함인줄로 알며 나누었고 바라는 것들은 곧 하나님께서 기뻐하시는 대로 사용하기를 원하며 바랐다. 하지만 채워주시지 않자 금세 그 마음은 고갈되었고 눈앞의 삶이 정신없고 바빠지자 내 가족만 생각하기에도 버거워졌다. 먼 곳에서 일주일에 세번도 마다 않고 달려오던 교회는 새벽기도를 매주 오고 싶다는 마음으로 내려온 지금 집에서도 늘 지각하는 곳이 되었다. 팬데믹과 저조한 참여, 두 아이, 바빠진 회사 일, 여러가지를 이유로 목자를 내려놓은 지금, 제자입니까 라는 질문에 고개를 숙이게 되지만 디사이플을 통해 제자에게 필요한 채움의 시간을 갖기를 소망해본다. 


번아웃이 된 이유 중 하나는 내가 이들을 매번 챙겨야 한다고 생각하는 부담감 때문이었다. 이들을 챙기시는 분은 하나님임을 알지만 마음은 그렇지 않았다. 서로가 상호작용을 하고 있는 관계에서는 느끼지 않는 부담을 내가 일방적으로 챙겨야만 유지가 된다고 생각하니 부담으로 다가오고 숙제가 되었다. 이미 나에게는 일방적으로 챙김을 요구하는 아이들이 둘이나 있는 것, 바빠진 남편도 한몫했다. 아무도 나에게 그런 것을 기대하지 않았다고 얘기할지 모르지만 팬데믹 때문에 만나지 못하는 상황에서 내가 할 수 있는 것이 별로 없다고 생각되자 그만해야겠다는 생각으로 이어졌다. 그런 나에게 이 책은 작은 것부터 시작하라고 일러준다. “하나님은 ‘네 이웃들을 사랑하라’고 말씀하시지 않았다…한 사람, 한 가정만 사랑하기로 정하라.” (75) 이렇게 생각하는 순간 마음은 한결 가벼워졌고 곧바로 실행에 옮길 수 있었다. 시간을 내고 체력을 내고 마음을 내어 한 사람, 한 가정만 사랑하는 것이 여럿을 끌어안고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보다 나음을 경험했다. 


“우리 안에 감사하는 마음이 있으면 모든 것이 좋고, 그렇지 않으면 모든 것이 언제나 나쁘게 보인다.” (112-113) 저자가 예로 든 70세 할머니의 장례식은 나의 고질병을 상기시켜 주었다. 주변에서 가끔 기쁨과 감사를 쉽게 하는 사람들을 보면 참 좋아보이고 왜 나는 그렇지 못할까 생각하고는 한다. 어디서부터 시작된 것인지 모르지만 나는 상황을 볼 때 부정적인 요소들을 더 잘 본다. 성공한 것보다 실패한 것, 가진 것보다 가지지 못한 것을 더 크게 보니 만족보다는 아쉬움과 불만이 크다. 이런 나의 문제점을 알고 있지만 고치지 못했다. 감사의 제목들은 당연하게 느끼고 대세에 지장없는 작은 허점에 집중한다. 그리고 그 허점을 파고 들며 주변의 차고 넘치는 감사한 순간들을 즐기지 못하니 내 자신이 안타깝기 그지없다. 10년전 파리에서 한시간을 걸어 교회를 가던 어느 주일에 구름의 모양을 보고 하나님을 찬양하게 하셨던 성령님이 나에게 매일 매순간 임하시기를 기도한다. 그리고 여느때처럼 내가 불평과 불만을 내뱉으며 한숨을 쉬고 있을 때 혹은 그러기 직전에 감사하게 하시는 영이 나를 덮어 나로 하여금 감사와 찬양이 깊은 곳에서부터 차고 넘치기를 기도한다. 어느 순간부터 내 아이의 한숨소리가 들리고 불평 불만이 들리기 시작한다. 어찌나 듣기 싫은지. 내가 해주는 것보다 해주지 못하는 것에 집중하는 아이를 볼 때 나의 좋지 못한 모습을 그대로 보고 자라는 것 같아 마음이 아프다. 모두가 감사하지 못하는 상황에도 기쁨과 감사로 주변의 분위기를 전환시키고 상황마저 변화시키는 빛의 자녀들로 키울 수 있는 지혜를 주시기를, 나로부터 오는 변화를 아이들이 체험할 수 있도록 기도한다.


이 책이 85년도에 씌여진 것을 감안하면 비교적 요즘 현대교회들은(내가 속해있던 교회들은) 이 책의 양육과 훈련방식이 적용되고, 순모임과 제자양육이 체계적으로 자리잡혀 있다고 할 수 있겠다. 하지만 “끊임없는 섬김으로 고갈되는 사람”(210)이 없으려면 순모임 위에 순장들의 순모임이 있고 또 그 위에 순모임이 있어 끊임없이 채워지는 작은 공동체가 필요하다. 저자가 말했듯 큰 아이는 작은 아이 우유병을 데워주는 일 까지는 할 수 있다. 하지만 큰 아이가 우유 데우는 일에 익숙해졌다고 해서 큰 아이가 어른이 된 것은 아니다. 옆에서 끊임없이 가르쳐주고 도움을 준 것에 칭찬과 격려를 아끼지 않으며 큰 아이에게만 집중하는 시간을 가져줄 때 큰 아이가 지속적으로 작은 아이에게 줄 사랑의 공급원이 생기는 것이다. 내가 고작 다섯살 아이에게 너무 많은 기대를 해서는 안됨을, 교회가 섬기는 사람들만 지속적으로 섬길 수 없음을 생각해봐야 할 것이다. 오늘날 모두가 교회에 와서 은혜받고 가기를 원하고 우유 먹고 가기를 원할 때에 그많은 갓난아기들에 벅차 마비되는 것이 아닌 끊임없이 제자 되고 제자 삼는 교회가 되기를 기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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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현경님의 댓글

황현경 작성일

하나님으로부터, 주위의 믿음의 동역자로부터 끊임없이 공급받으며 그 힘으로 누군가의 비워진 부분을 채워주는 삶이 얼마나 복된 일인지…
디사이플 과정을 통해 자매님의 빈 곳이 가득 채워지고 기쁨과 감사가 넘쳐나길 그리하여 주변에도 흘려보내게 되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