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영혼 속의 무화가 나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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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 3,652회 작성일 15-07-14 2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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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집 정원에 심어 둔 복숭아 나무가 제법 자랐다. 처음에는 너무 앙상해서 도대체 이걸 어디다 쓰나... 저것이 바람에 견디려나 싶었는데 한 해 두 해가 지나면서 눈에 띄게 살이 쪄 가는 것이 보이 더니 이제는 제법 나무 같다. 굵고 오래된 나무들 보다는 여전히 앙상하고 작지만 나무는 매 해 열매를 맺는다. 올 해도 어김 없이 송알 송알 무수히 열매가 달리기 시작했다. 하나님이 참 이뻐 하는 나무인가 보다... 요 조그마한 몸에, 감당할 수나 있을까 싶을 만큼, 풍성한 열매를 맺게 해 주시는 걸 보면...
지난 주 둘로스반 성경 공부 중에 무화가 나무의 비유를 배웠다. 예수님이 십자가에 달리시기 4일 전 예루살렘을 향하여 가시다가 길에서 가지가 풍성한 무화가 나무를 보시고 다가 가신다. 이래 저래 둘러보시고 살펴 보시더니 풍성한 잎사귀 사이에 열매가 하나도 맺히지 않은 것을 보고 노여워 하신다. 그리고 그 무화가 나무를 저주 하신다. 그 나무는 이내 곧 말라 버린다...
예전에 귀가 닳도록 들어 오던 예수님의 비유이다... 나는 지금까지 이 비유가 못 마땅 했다. 천국가면 예수님께 꼭 물어 보고 싶었던 비유 중 하나이다. 열매가 맺히지 못한 나무를 불쌍히 여기시고 열매를 맺는 축복을 주시지 왜 바로 심판하시고 벌을 내리셨는지... 매번 내 귀 주변만 스치고 지나 갔던 이 무화가 나무 열매의 비유는 이제야 비로소 날 선 검이 되어 내 마음에 비수 처럼 꽂혔다.
모양새만 요란하고 그 안에 예수님이 찾는 열매가 없는...
옳은 말이든 그른 말이든 말만 풍성하고 그 안에 예수님이 찾는 열매가 없는...
보이기만을 위해 따를 뿐 그 안에 예수님이 찾는 열매가 없는...
그런 자를 노여워 하시고 심판하시는 예수님.
요즘 나는 내 영혼 속의 나무를 들여다 보고 예전 보다 빈약하게 열린 열매를 보며 씁쓸한 마음을 안고 회개 하곤 한다. 눈으로 보이는 열매... 그건 내게 판단할 능력 조차 없다. 네가 알바 아니라는 주인의 가르침으로 오히려 자유하다. 하지만 내가 애써 찾고 또 볼 수 있는 열매는... 내 영혼 속 나무에 달려있는, 하나님이 맺혀 주시는 열매이다. 하나님이 기뻐해야 비로소 열리는 열매... 나의 영적 배고픔과 갈증을 체워 줄 수 있었던 열매들...
이렇게 빈약해서야... 예수님이 들여다 보시고 꾸짖기 전에 내가 먼저 말라 버릴 지도 모르겠다. 오늘도 까만 거울 옆에 쭈구리고 앉아서 물끄러미 내 영혼 속 나무를 들여다 본다. 그리고 미안한 마음을 움켜 쥐고 염치 없이 또 그 분의 은혜를 구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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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목록

신지연님의 댓글
신지연 작성일
나무의 주인이라면 앙상하던 가지에 한 알의 열매를 보는 것 만큼 보람있는 일이 어디있을까요?
덤으로 맛좋은 군것질 거리도 얻게 되었으니 집주인의 기쁨이 더 할듯합니다.
우리들의 영혼에도 그런 열매가 사시사철 맺기를.
근데 그 복숭아 언제 따실건가요? 하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