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가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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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 2,937회 작성일 13-09-04 13: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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곰 세마리가 한집에 있어~ 아빠 곰, 엄마 곰, 애기 곰~
아빠 곰은 뚱뚱해~, 엄마 곰은 날씬해~, 애기 곰은 너무 귀여워~.
그 애기 곰이 대학으로 떠났다.
첫 아이 탄생의 감격과 기쁨, 처음 내 아이의 앞니가 나오던 경이로움,
처음 두발로 서고 걷던 그 대견함, 처음 아이를 학교 보내는 부모된 자로써의 흥분을
내게 처음으로 알게 해준 내 아이를 떠나 보내야 하는 순간이 어느새 다가온 것이다.
하이 스쿨 졸업식날 이후로 이 날이 오기까지 이 날을 상상하며
수없이 내 마음속으로 예행 연습도 거치며 스스로 조금씩 예방 주사를 놔왔건만,
현실 속의 나는 아이보다 강하지 못했다.
껌딱지 처럼 항상 함께 붙어다니던 아이와 떨어진 느낌은
가슴은 뻥 뚫린듯 찬바람이 불고 다리는 돌을 매단듯 발걸음은 무겁고
슬픔도 외로움도 아닌 알싸한 시간과 공간의 공백.
점점 더 넓은 세상으로 나가야 하는 아이를 세상의 무대에 놓고 돌아온 나는
새로운 환경과 관계속에 흥분과 두려움과 악수 하고 있을 아이를 생각하며
나는 집안 구석 구석 베어있는 아이의 흔적과
머리 속을 헤집고 다니는 그리운 딸 아이의 모습에 몇 날을 울었다.
그리고 앞으로 몇 년을 더 내주어야 할 대학 등록금 때문에 사흘을 더 울었다.
주님의 아이라고 처음부터 고백하며 살았지만,
막상 이 때가 오니 아이는 제 갈길을 가려는데
내가 아이를 놔주지 못하고 있는 느낌이었다
시간을 돌릴 수만 있다면 내 아이가 엄마 품안에 머물수 있는 과거의 시간으로 돌아 가고 싶었지만,
나는 안다. 그렇게는 결코 < 성장 > 이란 값진 상급도 가질 수 없다는 것도.
자녀 양육의 최종 목표는 결국 아이와의 이별일지도 모른다.
세상에 태어난 사람이라면 누구나 인간이 정해 놓은 사회적 규범과 제도 속에서
성장 단계를 거치고 주어진 인생을 살고 언젠가는 죽음을 맞이한다.
성장하고 학교를 가고, 자신의 일을 갖고, 결혼을 해 아이를 낳고,
늙어가며 병들어 죽는 일련의 과정을 우리는 < 삶 >이라고 이야기한다.
그 삶과 인생 그리고 죽음의 간극 속에는 늘 떠나는 자와 남겨지는 자가 있게 마련이다.
오늘은 떠나는 아이 뒤로 부모가 남겨 져 내가 내 아이의 등을 바라보고 안타까와 하고 있지만,
언젠가 세월이 가면 다른 세상으로 떠난 부모를 회상하며 눈물지을 내 아이가 남겨질지 모른다.
그때도 하나님께서는 지금 나를 향해 그러하신 것 처럼
시간이라는 약을 주어서 내 아이의 마음을 치료하시겠지….
내가 원하던 원하지 않던 삶의 무게는 내게 또 하나의 내려 놓는 연습을 하도록 만든다.
아이가 잘 하리라 믿고, 멀리서 기도 밖에 할 수 없는 이 에미는
이제 태초에 그 아이를 지으신 분의 손에 내려 놓는다.
수 천년전 모세의 어미가 간절하고 떨리는 믿음으로
아기 모세를 흐르는 나일강에 맡기며 내려 놓았듯이
나의 집착, 염려, 기대, 를 갈대 상자에 담아 이제 주님의 품으로 내려 놓는다.
거두실 이는 세상의 어미가 아니라 주님임을 고백하며…
댓글목록

Jeeyoung Kim님의 댓글
Jeeyoung Kim 작성일
아이가 고등학교에 갓 입학했는데 벌써부터 4년 후의 이별에 대해 마음의 준비를 시작하게 됩니다. 아이들 대학으로 떠나 보낸 후 몇날 며칠 우는 어머니들의 모습을 보면서 말할 수 없이 공감이 되니 더더욱 그렇네요. 오직 단 하나의 위로와 감사는 기도할 수 있고 맡길 수 있는 주님이 계신다는 사실입니다. 얼마나 다행인가요.

백윤기님의 댓글
백윤기 작성일
학비낼 생각에 사흘을 더 울었다 - 읽으며 카카카 웃음을 참지 못 했습니다.
수빈이가 어련히 잘할 것을 믿는다가 아니고 압니다.
아빠곰도 쉽지는 않았겠지요.
오랜만에 신자매님의 글을 읽으니 참 좋습니다. 감사합니다.

sabby님의 댓글
sabby 작성일
제목부터 맘에 콕! 백히는 신자매님의 글을 보니 넘 반가워요...
더우기...날씬한 이 엄마곰~ㅋ 너~~무 귀여운 우리 아기곰과 함께 오늘도 구르고~ 부둥켜안고~씨름끝에 만난글이라서 더욱 그렇습니다...^^ 곁에서 지붕이 꺼져라~코를 고시는 우리 뚱뚱한 아빠곰도 아마 같은 맴이겠지요?? ^^
집떠난 아기곰...생각만해도 맘이 뭉클해요...

신지연님의 댓글
신지연 작성일
아무리 발버둥을 쳐도 시간은 실수가 없고 정확히 흘러 순식간에 그 순간이 옵니다.
아직 아기 곰들과 업치락 뒤치락 지지고 볶고 살고 계신 엄마곰 아빠곰들,
되도록이면 후회없이 아기곰을 많이 사랑해 주시기를...
그 시간 지나면 해주고 싶어도 상황과 시간이 기다려 주지 않는 답니다.
귀찮고 힘들다고 그 당시 안해 준 많은 것들 지금 엄청 후회하고 있는 엄마 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