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흰머리 리얼다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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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신지연
조회 3,147회 작성일 13-05-05 20: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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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적 언제 부터인지는 모르지만 항상 머리염색을 하시는 아버지를 보며 자랐다.
30대의 이른 나이부터 희어지기 시작한 아버지의 머리는 머리 염색을 안하며 거의 백발이 이어서

한달이면 2 번씩 칠흑 같이 까만 염색약을 바르고 앉아 계시다

회춘하듯 검은 머리로 부활하시는 아버지의 모습은 내게 너무 익숙한 모습이었다.

 

가정마다  소화제를 상비해두듯 아버지는 늘 염색약을 10 개 정도씩 준비해두고 쓰셨었다. 

엄마는 염색약 빠진다고 수건도 아버지 것은 따로 쓰게 하시고

아버지의 베개에도 예쁜 일반 베겟잇이 아닌 수건으로 만든 막베겟잇을 쓰게 하셨었다.

어린 나이에 본 아버지의 염색은 아버지가 식사를 하시는 것 처럼 늘 있는 일이었고,

해가 뜨고 달이가서 시간이 돌아 오면 해야 하는 통과 의례였었다.

 

그랬는데….
지금 나의 모습이 영락없는 그 옛날 아버지의 모습이다.
젊을 때부터 늘 있던 새치가 이제는 뽑는 것 으로는 막을 수가 없는 우후죽순 파죽지세 지경이 되어,

샤워를 하고 나오면 이제는 흰머리 확인하고 한숨을 쉬는것이 일과가 되어버렸다.

 

집안의 내력이라 내 가문의 유전자를 탓해야 하는 건지,

IQ 대비 머리를 많이 쓰면 머리가 빨리 희어 진다는데

타고 나기를 작게 타고난 내 머리의 적은 용량을 탓해야 하는 건지,...
그래도 아직 까지는 나이 보다는 젊어 보인다는 소리도 가끔은  듣고 살았었는데,

이제는  젊어 보이는 외모를 포기하고, 지적이고 인자해보이는 외모로 방향 전환을 해야 할 듯 싶다.

 

그런데 문제는 흰머리 DNA 우성 인자를 가진 내가,

초등학교 때부터 흰머리가 너무 많아서 별명이 영감 할아버지라 불렸다는 한 남자를 운명처럼 만나

결혼하고,  그리하여 부모 보다 더 굵고 진한 흰머리 유전인자를

DNA 판에 진하게 새기고 태어난 딸을 낳았다는 사실이다.

 

아직 십대인 딸의 지금 상황은

흰머리 유전자를 부모 양쪽에서 풍족하게 유산으로 물려 받아 너무 이른 나이에 반백의 모습이다.

난 그저 미안할 뿐이고.... 딸아, 엄마가 미안해. 남편으로 아빠를 골라서…

하지만 우리 남편은 흰털 검은털 구별은 사치 일뿐이고, 그저 한올 한올이 소중할 뿐이라고

그 대신 얼굴로 승부 하면 된다고 뻔뻔 스럽도록 당당하다.

 

현대 의학으로는 아직 이렇다할 흰머리 치료법이 없으니

주변 사람들이 흰머리가 보기보다 많으시네요. 라고 하나둘식 위로와 지적을 해주면

이제 내 머리에 염색약이라는 치료 방법을 써야 하는 때가 온 것이니 염색을 해야하는 것이다. 

그 시기가 예전엔 내게 걸어서 더디게 오는 것 같더니 이제는 달려서 온다.
지난 주일날에도  교회에서  세 분에게 내 흰머리에 대한 말을 들었다.

< 신자매도 이제 늙는구나> < 흰머리가 제법 있네 >

 

염색을 하면서 가장 좋은 점은 그 기다림의 시간이다.
딸과 함께 서로 염색약을 발라주고 기다리는 시간 동안

우리는 같은 유전자를 세습한 피붙이가 주는 감정의 포말을 느끼며 진한 혈맹을 확인한다. 

 

봄에는 연두색 잎사귀의 색이 신기하고 예쁘게 보이고,

여름엔 무성한 진록색의 잎이 생명감을 주고 싱싱하게 보이며 ,

가을엔 떨구기 위해 노랑색, 빨간색 단풍으로 물드는 자연의 이치처럼

나도 이제는 무거운 검은색을 털어내야 하는 시기가 왔나보다.

 

내가 이렇게 내 머리에 세월의 색깔을 가지기 까지 45 년이 걸렸는데

이 세월의 훈장은 자부심을 가질만한 것이지 한숨을 쉬며 감출 일이 아닌 것이다.

생각도 많았고, 분노와 노여움도 많았고,

할일도 많았던 나의 무거웠던 젊음을 슬슬 내려놓는 방법을 배우며,

세월이 겹치는 증거를 내 몸과 마음에 쌓아가는 중요한 작업 중의 하나일 뿐이다.

 

내 딸아…… 너도 30년만 기다려. 

푸른 하늘의 은하수 처럼 하얀 너의 머리 색깔을 즐길 수 있을 때까지…

 

지금은 너의 새치 머리을 보며  흰 머리털의 삼족을 멸하고 싶은 기분이겠지만,

곧 너의 머리 색깔에 연연해 하지 말아야 할 시기가 곧 온단다.

나이가 들어갈 수록 네 마음과 인격의 준비를 하라는 하나님의 신호가 온단다. 

너는 그 시기가 조금 빨리 왔을 뿐이야. 30년.



댓글목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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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윤기님의 댓글

백윤기 작성일

회사근무시간 마우스 연발 움직이다, 한문제 해결되면 잠깐휴식삼아 교회웹에 들어가본다.


신자매님의 글을 읽으며 "후후"를 연발하며 읽는다.


8번정도 웃었나보다.


인생에서 스트레스로 받아들일 수도 있는 삶의 조그만 사건들을 늘 해학으로 풀어 우리에게 즐거움을 선사해주는 신자매님께 감사하다.


지난주에 새치 코멘트를 무심코 하였던 자중의 하나로서 미안함보다는 즐거움이 더하다.


나도 힌머리가 하나도 없었던때가 불과 몇년전이었는데 지금은 무성하다.


나의 경우는 신자매님과의 조기성 DNA 와는 상관없는 흰머리이기에  이 나이에 걸맞는 인간이 되어야 할테데하는 reminder 역활을 해주고 있다.


그런데 신자매님이 모르시는 것이 하나 있는것같다.


자신이 얼마나 젊고 운동으로 탄탄하게 다져져있으며 건강미 넘치는 미인이시라는 것을.




나의 흰머리 나이를 새기며 늘 생각나는 말이있다.


나이가 들어서 똑똑하다는 말을 듣는일은 챙피한 것이라는 어느 목사님의 말씀이 생각나다.


덕이 있다는 말을 들어야 한단다...


그러나 어제도 후회스런 하루이기에 오늘은 철이 들려 노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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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eeyoung Kim님의 댓글

Jeeyoung Kim 작성일

너무 웃어서 배가 아프네요. 휴~


우리집이랑 똑같은 내력을 가진 집이 또 있구나 싶으니 위안도 되고.


그래도 얼굴로 승부할 수 있다니 부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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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eeyoung Kim님의 댓글

Jeeyoung Kim 작성일

제가 요즘 생각하는 걸 그 목사님이 말로 표현해주셨네요.


나이가 들어 가니 똑똑한 척 하는 모습이 부끄러워지고 덕스러운 모습을 사모하게 됩니다.


부덕한 자신이 날마다 드러나 씁쓸한 요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