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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슴이 따뜻해지는 이야기 "우동 한 그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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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손희순
조회 2,500회 작성일 12-12-19 10: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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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한국에 있는 언니가 인터넷에서 퍼온 글을 제게 보내주었는데요, 좀 알려진 글이라 이미 읽으신 분도 계시고 또 웹에 올리기에 조금 긴 듯 하지만 한해를 마무리 하는 시기에 이 훈훈함을 함께 나누고 싶은 마음에 올려봅니다.  



가슴이 따뜻해지는 이야기 "우동 한 그릇"

- 구리 료헤이 / 우동 한 그릇(一杯のかけそば) -


해마다 섣달 그믐날(12월 31일)이 되면

일본의 우동집들은 일년중 가장 바쁩니다.



삿포로에 있는 우동집 <북해정>도

이 날은 아침부터 눈코뜰새 없이 바빴습니다.

이 날은 일 년중 마지막 날이라서 그런지 밤이 깊어지면서,

집으로 돌아가는 사람들의 발걸음도 빨라졌습니다.

그러더니 10시가 지나자 손님도 뜸해졌습니다.



무뚝뚝한 성격의 우동집 주인 아저씨는 입을 꾹 다문채

주방의 그릇을 정리하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남편과는 달리 상냥해서 손님들에게 인기가 많은 주인여자는,

임시로 고용한 여종업원에게 특별 보너스와 국수가 담긴 상자를

선물로 주어 보내는 중이었습니다.




"요오코 양, 오늘 정말 수고 많이 했어요. 새해 복 많이 받아요."

"네, 아주머니도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요오코 양이 돌아간 뒤 주인 여자는 한껏 기지개를 펴면서,

"이제 두 시간도 안되어 새해가 시작되겠구나. 정말 바쁜 한 해였어."

하고 혼잣말을 하며 밖에 세워둔 간판을 거두기 위해 문쪽으로 걸어갔습니다.



그 때였습니다.출입문이 드르륵,

하고 열리더니 두 명의 아이를 데리고 한 여자가 들어섰습니다.

여섯 살과 열 살 정도로 보이는 사내애들은 새로 산 듯한 옷을 입고 있었고,

여자는 낡고 오래 된 체크 무늬 반코트를 입고 있었습니다.

"어서 오세요!"

주인 여자는 늘 그런 것처럼 반갑게 손님을 맞이했습니다.

그렇지만 여자는 선뜻 안으로 들어오지 못하고 머뭇 머뭇 말했습니다.

"저…… 우동…… 일인분만 시켜도 괜찮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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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에서는 두 아이들이 걱정스러운 얼굴로 쳐다보고 있었습니다.

세 사람은, 다 늦은 저녁에 우동 한 그릇 때문에

주인 내외를 귀찮게 하는 것은 아닌가 해서 조심스러웠던 것입니다.

하지만 그런 마음을 알아차렸는지 주인 아주머니는

얼굴을 찡그리기는커녕 환한 얼굴로 이렇게 대답했습니다.

"네…… 네. 자, 이쪽으로."

난로 바로 옆의 2번 식탁으로 안내하면서

주인 여자는 주방 안을 향해 소리쳤습니다.

"여기, 우동 1인분이요!"



갑작스런 주문을 받은 주인 아저씨는 그릇을 정리하다 말고

놀라서 잠깐 일행 세 사람에게 눈길을 보내다가 곧 이렇게 대답했습니다.

"네! 우동 1인분!"

그는 아내 모르게 1인분의 우동 한 덩어리와 거기에

반 덩어리를 더 넣어서 삶았습니다.



그는 세 사람의 행색을 보고 우동을 한 그릇밖에 시킬 수 없는 이유를

짐작할 수 있었던 것입니다.

"자, 여기 우동 나왔습니다. 맛있게 드세요."

가득 담긴 우동을 식탁 가운데 두고, 이마를 맞대며

오순도순 먹고 있는 세 사람의 이야기 소리가

계산대 있는 곳까지 들려왔습니다.

"국물이 따뜻하고 맛있네요."

형이 국물을 한 모금 마시며 말했습니다.

"엄마도 잡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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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생은 젓가락으로 국수를 한 가닥 집어서 어머니의 입으로 가져갔습니다.

비록 한 그릇의 우동이지만 세 식구는 맛있게 나누어 먹었습니다.

이윽고 다 먹고 난 뒤 150엔(한화 약 1,500원)의 값을 지불하며,

"맛있게 먹었습니다."라고 공손히 머리를 숙이고

나가는 세 사사람에게 주인내외는 목청을 돋워 인사를 했습니다.

"고맙습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그 후, 새해를 맞이했던 <북해정>은 변함없이 바쁜 날들 속에서

한 해를 보내고 다시 12월 31일을 맞이했습니다.

지난해 이상으로 몹시 바쁜 하루를 보내고 10시가 지나

가게문을 닫으려고 하는데 드르륵 하고 문이 열리더니

두 명의 사내아이를 데리고 한 여자가 들어왔습니다.


주인 여자는 그 여자가 입고 있는 체크 무늬의 반코트를 본 순간,

일년 전 섣달 그믐날 문 닫기 직전에 와서 우동 한 그릇을 먹고 갔던

그 손님들이라는 걸 알았습니다.

여자는 그 날처럼 조심스럽고 예의바르게 말했습니다.


"저…… 우동…… 1인분입니다만…… 괜찮을까요?"

"물론입니다. 어서 이쪽으로 오세요." 

주인 여자는 작년과 같이 2번 식탁으로 안내하면서 큰 소리로 외쳤습니다.

"여기 우동 1인분이요!" 주방 안에서, 역시 세 사람을 알아 본 주인 아저씨는

밖을 향하여 크게 외쳤습니다.

"네엣! 우동 1인분!"

그러고 나서 막 꺼버린 가스레인지에 불을 붙였습니다.

물을 끓이고 있는데

주인 여자가 주방으로 들어와 남편에게 속삭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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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여보, 그냥 공짜로 3인분의 우동을 만들어 줍시다."

그 말에 남편이 고개를 저었습니다.

"안돼요. 그렇게 하면 도리어 부담스러워서 다신 우리 집에 오지 못할 거요."


그러면서 남편은 지난해처럼 둥근 우동 하나 반을 넣어 삶았습니다.

그 모습을 지켜보고 있던 아내는

미소를 지으면서 다시 작은 소리로 말했습니다.

"여보, 매일 무뚝뚝한 얼굴을 하고 있어서 인정도 없으려니 했는데

이렇게 좋은 면이 있었구려."

남편은 들은 척도 않고 입을 다문 채 삶아진 우동을 그릇에 담아

세 사람에게 가져다 주었습니다.

식탁 위에 놓인 한 그릇의 우동을 둘러싸고 도란도란하는

세 사람의 이야기 소리가 주방 안의 두 부부에게 들려왔습니다.

"아…… 맛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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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생이 우동 가락을 우물거리고 씹으며 말했습니다.

"올해에도 이 가게의 우동을 먹게 되네요."

동생의 먹는 모습을 대견하게 바라보던 형이 말했습니다.

"내년에도 먹을 수 있으면 좋으련만……"

어머니는 순식간에 비워진 우동 그릇과 대견스러운

두 아들을 번갈아 바라보며 입 속으로 중얼거렸습니다.


이번에도, 우동값을 내고 나가는 세 사람의 뒷모습을 향해

주인 내외는 약속이라도 한 것처럼 큰 소리로 외쳤습니다.

"고맙습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그 말은, 그날 내내 되풀이한 인사였지만

주인 내외의 목소리는 어느 때보다도 크고 따뜻함을 담고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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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해의 섣달 그믐날 밤은 어느 해보다 더욱 장사가 잘 되는 중에

맞이하게 되었습니다.

<북해정>의 주인 내외는 누가 먼저 입을 열지는 않았지만

밤 9시 반이 지날 무렵부터 안절부절 못하며 누군가를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10시가 지나자 종업원을 귀가시킨 주인 아저씨는,

벽에 붙어 있던 메뉴를 차례차례 뒤집었습니다.

금년 여름부터 값을 올려 <우동 200엔>이라고 씌어져 있던 메뉴가

150엔으로 바뀌고 있었습니다.

2번 식탁 위에는 이미 30분 전부터 '예약석'이란 팻말이 놓여졌습니다.

이윽고 10시 반이 되자, 손님의 발길이 끊어지는 것을

기다리고 있기라도 한 것처럼 어머니와 두 아들, 그 세사람이 들어왔습니다.


형은 중학생 교복, 동생은 작년에 형이 입고 있던

점퍼를 헐렁하게 입고 있었습니다.

두 형제 다 몰라볼 정도로 성장해 있었는데,

아이들의 엄마는 여전히 색이 바랜

체크 무늬 반코트 차림 그대로 였습니다.

댓글목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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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경일님의 댓글

손경일 작성일

이거 다 읽느라 눈이 아프네요...^^



그래도 마음이 정말 따뜻해 지네요.....일본은 오래살라는 의미로 31일에 국수를 꼭 먹거든요...^^ 국수없으면 라면이라도......



우리 새누리가 이렇게 마음을 따뜻하게 하는 교회이기를 소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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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지연님의 댓글

신지연 작성일

한해의 마지막날 영업이 다 끝나가는 시간, 세사람이 한그릇의 우동만 달랑 시키는 경우 


욕먹고 푸대접 받기 딱 알맞은 상황인데 우동집 주인들의 따듯한 마음과 배려가


세 식구들에게 세상을 살아갈 작은 힘과 위로가 되었군요.


감동적인 글 잘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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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진원님의 댓글

이진원 작성일

20여년전 제가 다니던 교회 목사님께서 아무 말씀 없이 건내 주셨던 이야기네요. 그 때는 아 우동집 아저씨 참 마음 좋다 나누는 삶은 역시 우리의 마음을 따뜻하게 하는구나 하며  나도 베풀며 살자 했었던 것이 생각납니다.




세월이 지나 오늘 다시 찬찬히 읽어 보니 만일 내가 그 우동집 주인이라면 우동 세그릇 공짜로 주자는 아내의 말처럼 저 역시 그냥 세 그릇 주고 마음 뿌듯해 하며 다음에 또 오시라고 그때에도 공짜로 드리겠다고 했을텐데 그냥 양만 넉넉히 해서 한 그릇 주신 아저씨의 세심한 베품이, 받는 자의 마음까지 헤아리는 진심이 담긴 그 깊은 사랑이 느껴집니다. 


상대방을 위한다고 한 나의 말과 행동조차 나 중심이고 나의 만족을 위한 것일 수 있다는 생각에 다시 고개가 숙여지는 내 모습을 봅니다..




사랑은 무례히 행치 않는다고 했는데... 무례하지 않은 사랑...




오늘 새벽기도회 QT묵상도 주제가 사랑이었는데 사랑장인 고린도전서 13장을 다시 한글자 한글자 되새겨 봅니다. 아직도 시작부분인   "사랑은 오래 참고" 조차 행하지 못하지만 언젠가는 조금이라도 눈꼽만큼이라도 달라지겠지 하는 소망과 함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