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지연Jun 09.2012
긴 식사 기도의 축복
하나님이 들으시면 혀를 차시겠지만 나는 식사 기도 만큼은 짧은 기도가 좋다.
배에서 꼬르르 하는 것을 참으며 긴 식사 기도를 올리는 것 만큼 인간으로 하여금 육과 영의 상반된 기대와 추구 속에 이루어지는 모질고 잔인한 고문은 없다.
내 영은 주를 찬양하는데 내 육은 밥을 찬양하는 내 연약함을 경험하게 된다.나에게 공복은 세계 평화도, 지구 온난화도, 북한의 비핵화 염원도 힘을 잃게 만들 만큼 강력하다.
옛날에 배는 고픈데 별다른 반찬이 없던 어느 날.불판을 꺼내고 ( 내가 불판을 꺼낸다는 얘기는 그날은 고기를 먹는 다는 뜻이다. 준비된 다른 반찬이 없다는 뜻이기도 하다. ) 식구가 모두 테이블에 앉아 삼겹살을 불판에 올리고 남편이 식사 기도를 시작했다.
구구 절절 이어지는 긴 기도 끝에 눈을 떠보니 그날의 유일한 반찬이었던 삼겹살은 다 타버리고 괜히 은혜로운 기도를 마친 남편에게 원망의 화살이 갔다. 이럴때 눈치 없기로 유명한 남편에게 식사 기도를 시킨 것이 잘못이었다.
그래서 나는 우리 딸이 어렸을 적 딸에게 식사 기도를 시키는 것을 좋아 했었다.
딸아이는 항상 녹음기를 틀어 놓은 것 같이 “ 행복하고 건강하게 살게 해주세요. “ 라고 짧지만 인생의 모든 의미와 궁극적 간구를 담은 식사 기도를 드렸었다. 어렸을 적 작고 꼬물거리는 입으로 “ 행복하고 건강하게 살게 해주세요. “ 라고 기도 드리는 그 모습을 보면서 나는 그 때 정말 나의 인생이 행복하고 건강하다는 느낌이 들었었다.
지금은 11 학년이 된 딸아이 이제 무엇을 기도할까?
테스트 에서 좋은 성적을 받는 기도, 더 예뻐지기 원하는 기도, 가지고 싶던 것들 손에 넣는 기도…
아마 예전에 뭉텅그려 행복하고 건강한 삶 속에 모든 것을 담던 그 어렸을 적의 기도 보다 더 훨씬 구체적이고 현실적인 기도를 드리고 있을 것이다.
온 가족들이 하루의 일과를 마치고 식탁에 둘러 앉아 김이 모락 모락 오르는 밥과 준비된 식사와 함께 그날 하루의 교제를 나누며 드리는 평범한 식사 기도 속에 담겨 있는 진정한 감사의 깊은 뜻을 나는 세월이 가면서 진정으로 깨닫고 있다.
일용할 양식의 축복을 주신것, 이 일용할 양식을 위해 아버지와 어머니의 수고가 있었음을, 우리들의 식탁은 살아 있는 하나님의 축복이며 살아 있는 성경임을, 착하고 성실하게 자라 희망과 보람을 부모에게 안겨주는 자녀의 감사함을, 우리가 가지고 있는 모든 것이 주님께로 부터 온 것 이었음을, 하루를 무사히 마치고 가족들이 그들의 둥지에서 다시 만나 내일을 기약하고 힘을 얻는 식사를 할 수 있는 환경과 처지를 허락 하심을, 이런 음식을 가질 수 없는 사람들도 내 주변에 있음을, 육신의 병으로 맛있는 음식을 두고도 먹지 못하는 사람들의 안타까움을...
그래서 하루 하루의 식사 기도는 내 삶의 은총과 축복들을 담아 드리는 믿음의 고백 이라는 것을 오늘도 삶속에서 배워 간다.
오늘 따라 바로 코 밑에서 올라오는 음식 냄새를 인질 삼아 눈치 없이 길게 길게 이어지던 남편의 식사 기도와 작은 입술을 오물거리며 행복하고 건강하게 살게 해달라며 기도 하던 오래전 딸 아이의 3 초 식사 기도가 참 그립다.
Read M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