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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 공항 배웅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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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신지연
조회 3,120회 작성일 11-08-22 2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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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5_cafe2004.jpg
남편이 한국으로 원정 취업을 간지도 그럭 저럭 8 개월이 다 되어갑니다.
떠나기 전 그동안 미루던 미국 시민권 신청을 해둔 상태였기 때문에
남편은 시민권 인터뷰와 선서식 참여를 위하여 2 번을 다녀갔습니다.
지금까지 뭐 이정도면  흔히 말하는 < 기러기  부부 > 가 아니라
형편에 맞지 않게 < 독수리 흉내를 내는 팽귄  부부 > 였다고 할까요?
 
처음 남편이 떠나던 날 아침,  남편이 딸 아이의 머리에 손을 얹고
축복 기도를 하는 순간 부터 터지기 시작한 눈물은
밥을 하면서도 샤워를 하면서도 운전을 하면서도 고장난 수도 꼭지 처럼 멈추질 않았습니다.
못 볼꼴을 서로에게 보이면 안될것 같아 그냥 공항에 drop 만 해주기로 합의를 본 저희들은
무슨 영화 속의 비련의 주인공들 처럼 눈이 벌게서 공항 이별을 하였습니다.
지금까지 공항은 제게 늘 여행과 휴가의 즐거움과  들뜬 기분으로  
충만한 엔돌핀과 함께 잠시 들러가는 곳이었지, 
다른 목적지를 향해 사람과 사람이 서로 헤어지는 장소도 될수 있다는 걸
저는 미처 몰랐습니다.
 
남편은 남편대로 비행기를 기다리면서
가족을 부양하기 위해 거친 자연으로
사냥과 수렵을 떠나는 황량한 사냥꾼의  심정이 었을 것이고,
저는 저대로 집으로 돌아 오는 차 안에서
이제부터 화려했던 공주의 신분이 폐하고 내일 부터는 평민이 되어
내 손으로 평민의 거친 삶을 살아 내야 할것 같은  비참하고 서러운 기분에
눈물 콧물 범벅이 되어 차선도 신호등도 보이지 않았었습니다.
 
두번째 공항 이별은 휠씬 능숙하고 부드러웠습니다.
아빠의 첫번째 축복 기도때 눈물을 주르르 흘리던 딸 아이도
두번째 축복기도부터는 눈동자를 빠르게 깜박 거리며 자신의 감정을 억누르는 것이
그새 조금 철이 든듯이 보였습니다.
그래도 공항안으로 손잡고 들어가 돌아선 뒤꼭지 바라볼 기분은 아니들어  
공항에 그냥 drop 해주면서  이번에는 잘가란 말도하고 건강하란 말도 하고
서로에게 제법 그럴싸한 공항 포옹도 해주면서 배웅할수 있었습니다. 
돌아 오는 길 내내 엉엉 눈이 퉁퉁 붓도록 울던 첫번째 와는 달리 
눈물의 지속시간도 현저히 짧아져 남편이 공항 안으로 들어가 시야에서 멀어진 순간 
눈물도 거짓말 처럼 멈추었습니다.
 
세번째 공항 배웅은 솔직히 말해 잘 기억이 나질 않습니다.
아침에 학교에 가는 딸아이의 머리에 부부가 같이 손을 얹고 축복 기도할때
딸이랑 나랑 같이 좀 훌쩍거리다 서둘러 학교에 보낸뒤  남편을 공항에 내려 주니
남편님께서  제게  이제는  울지도 않는다며  씁쓸해 합니다.
좀 울어 줄걸 그랬나 싶기도 하고...
 
그동안 지난 몇 개월을  돌아 보면  
store 에서 점원들이 내게 조금만 불친절해도 
인간들 내가  남편없이 산다고 깔보나 싶기도 하고,
딸 아이가 반항의 조짐을 조금만 보여도 다 아빠가 없는 탓 같고, 
아마존의 아마조네스 부족의 여인들 처럼
내 모습이  생존을 위해 처절하고 전투적으로 변하나 슬프기도 하던 날들 이었지만,
그래도  무엇 보다  제게  힘이 되었던 것은 새누리 교회의 형제 자매들입니다.
 
전화나  메일로 안부 물어주고,  힘내라 밥 사주면서 기운 북돋워 주시던 사랑하는 성가대원 자매님들,  
때론 언니 처럼,  때론 오빠 처럼 이것 저것 챙겨 주시던 목장 형제 자매님들 ,
집이 가까운 거리가 아님에도 언제든지 딸의 ride 가 필요하면 얘기 하라시던 어느 자매님,
그동안의 시간은 제겐  형제와 자매라는  귀한 호칭을 허락하신 하나님의 의도와 심정이 무엇이었는지
충분히 헤아릴수 있는 기간이었습니다. 
그리스도 안에서 형제와 자매로 서로를 부를수 있다는 것이 참 기쁘고 감사할 따름입니다.
 
 < 빨리 가려면  혼자 가고,  멀리 가려면  함께 가라. > 는 아프리카 속담이 있지요.
아프리카에서 멀리 가려면 아프리카의 사막도 지나고 정글 속의 짐승도 피해야 하는데
혼자서는 절대 불가능 하기 때문에 나온 말이라고 합니다.
우리 인생의 어려움이 어찌 사막과 짐승 뿐이겠습니까?
앞만 보고 빨리 가려 발버둥을 치는 대신,  지금 얼마나 많은 사람들과  함께 가고 있는지 돌아 보세요. 
그들이 있어야 내 장거리 인생길을 무사히 마칠수 있답니다.
지금 나와  인생길을 함께 걷고 있는 사람들은 누구일까요?

댓글목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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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onkey님의 댓글

donkey 작성일

 글 읽으며 좀 숙연해지며 슬퍼지다가  msn010.gif, 히힝 웃었다... msn031.gif

(내잘못 아님. 글이 그렇게 만들었으니까...)

그런데 분명히 "내일을 향해 쏴라"라는 뜻의 사진을 붙쳐드렸는데, 왠일인지 우는 아줌마로 변했당! 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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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지연님의 댓글

신지연 작성일

하하하 형제님!!!


 


총 쏘는 여자의 사진을 붙여 주셨길래  아무리 생각해도 내용이랑 안어울리는 것 같아


원작가 권한으로 사진을 바꿨지요.


" rain drops falling on my head " 라는 영화 음악과 함께


비극적 내용인데도  결말은 왠지 희망적 느낌으로 끝나던


인간적인 악당들의 이야기  그 영 < 내일을 향해 쏴라 >의 깊은 뜻을 담으신 거였군요.


< 내일을 향해 쏴라 > 제목에서 보듯이  미래 지향적이고  희망적 결말을 보라는


형제님의 깊은 뜻을 몰라드려 지송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