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eeyoung KimOct 16.2011
은혜
예수님을 믿는 우리에게 '은혜'라는 말보다 더 귀한 말이 있을까?
사도 바울의 '내가 죄인 중의 괴수'라는 말은 결코 과장이 들어가지 않은 그의 진실된 고백이었을 것이라 나는 믿는다. "오호라 나는 곤고한 사람이로다 이 사망의 몸에서 누가 나를 건져내랴" . 아프고도 쓰린 그의 탄식은 내 삶 속에서도 절절하게 고백되어지는 잊을만하면 한번씩 깨달아지는 진실이기에 그렇다.
그리스도의 장성한 분량에 이르기 위한 성화의 노중에 있는 우리에게는 어쩌면 가끔씩, 아니 자주 잊혀지는 것이 바로 '내가 죄인이다'라는 불변의 진리이다. 경건의 훈련에 어느 정도의 진보가 있는 것을 느끼게 되면 그것으로 인한 감사와 기쁨이 있지만, 곧바로 고개를 드는 것이 '나의 의'. 어느덧 남을 정죄하게 되고 나는 '의인'이 되어 있다. 죄인으로 의인의 옷을 입은 것이건만, 그 옷 안에는 부끄러운 벗은 모습이 있다는 것을 잊어버리고 그 옷이 나의 본질인 양 착각하게 된다.
어느덧 자연스러움과 부드러움, 너그러운 마음이 적어지고 비판할만한 것들이 자주 눈에 보이며 뭔지 모르게 지치고 버거우며 억울하다는 느낌이 많아질 때, 하나님은 언제나 나에게 '은혜'를 처방하신다. 그럼, 나는 다시 살아난다.
참 간단하고 쉽다. 가라앉아 있는 흙탕물 한번만 휘저어주시면 된다. 밑바닥에 납작 엎드려 있어서 잊고 있었던 내 참 모습이 적나라하게 소용돌이 치는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도무지 '나의 의'라는 명제는 처음부터 존재하지 않았다는 듯 스러지고 만다. 유구무언으로 고개를 떨구는 그 때, 이천년 전 간음하다 현장에서 붙잡힌 그 여인은 바로 내가 된다.
'나도 너를 정죄하지 않으니 가서 다시는 죄를 범하지 말라...' 하나님 자신의 생명과 맞바꾼 전무후무한 십자가 구속의 사건이 투석형장 바닥에 나뒹구는 나를 살려내는 유일한 근거임이 자명해지는 그 순간 내게선 오직 예수, 오직 은혜..가 고백으로 터쳐나온다. '은혜' 때문에 눈물이 넘쳐 흐른다. 역설적이지만, 로마서 3장 5절의 말씀처럼 '나의 불의가 하나님의 의를 드러나게 하는' 내 삶의 종적들이 나에게는 말할 수 없는 은혜가 되고, 나는 앞으로도, 그리고 영원히 이 은혜 안에 거하기를 간절히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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