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마운 천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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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 3,042회 작성일 13-01-24 07: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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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 약한 남편이 선배의 부탁을 거절 못하고 2 명의 한국 대학생을 집을 구할 때 까지 제 집에 있도록 부탁을 받아서 한국에서 온 대힉생 2 명을 데리고 졸지에 홈스테이 하숙집 아줌마 역할을 하게 되었습니다.
아침 6 시 30 분에 딸 아이 학교 보내 놓고, 아침 점심 준비해 차려 놓고, 일 갔다와서, 다시 저녁 준비 해서 밥먹이고, 하숙생들들 데리고 여기 저기 다니다 지쳐 골아 떨어지는 하루 일과를 보내고 있습니다.
제가 사모하는 성가대의 연습 시간에도 이번 주 참석을 하지 못했습니다.
생색은 자기가 내고, 고생은 제가 해야 할 판이니 남편에게 " 아 ~ 이런 @*#&$^%@*@&#^$% ...!!! " 란 말이 절로 나오는 상황입니다.
과거 제가 어렸을 적 ,낚시를 굉장히 좋아하셨던 저희 아버지 때문에 매 주말 과부가 되셔야 했던 저의 어머니는 3 남매들 중 누구라도 데리고 가는 조건으로 아버지의 낚시를 허락하곤 하셨습니다.
저희들 또한 아버지의 낚시를 따라가면 공부를 안해도 되기 때문에 서로 돕는 상부 상조 평화로운 가정을 세우는 마음으로 아버지의 낚시를 따라다녔습니다. 아버지는 물고기를 잡는 낚시대 끝의 손맛을 느끼는 게 목적이신 분이라 대개 돌아올때는 잡은 물고기를 다 놔주고 돌아오시지만 저희들이 따라갈 때면 금방 잡은 물고기를 쓱쓱 썰어 초고추장과 함께 내어 주시기도 하고 손가락 만한 피라미들은 그냥 밀가루에 첨벙 담갔다가 기름에 바삭 튀겨 소금 휘리릭 뿌려 주면 회와 함께 먹는 그 맛이 너무 맛있어서 어서 눈먼 물고기가 낚시대를 덥석 물어 주기만을 기다리곤 하였습니다.
이 후로도 그 때 먹었던 회맛을 느껴보고 싶었지만 쉽지는 않습니다.
지금은 운송 수단과 수송 기술의 발달로 한국의 광어와 도다리 같은 물고기들이 이곳 미국까지 살아 있는 채로 운반이 되나 봅니다. 주로 한국의 해안에서 양식을 한 물고기들을 물칸에 넣어 일본이나 미국으로 수출을 하는데 싱싱함을 유지하기 위하여 이들 고기를 잡아 먹고 사는 먹성 좋은 뱀장어와 같은 천적 물고기를 한 두 마리 함께 넣어 온다고 합니다.
살아 있어도 멀미 탓에 빌빌 거리던 물고기들이 오는 내내 천적에게 잡아먹히지 않으려고 필사적으로 도망을 치고 다니니 그것이 오히려 적당한 긴장과 스트레스를 주어 고기들이 죽지 않고 싱싱하게 유지하는 비결이 되는 것 이라는 거죠. 거센 파도나 지루한 여행, 변화된 좁은 공간도 물고기들 눈 앞에 살아있는 천적 뱀장어의 먹이가 되지 않기 위해 필사적으로 도망 다녀야 하는 현실에 비하면 사치에 불과한 것이라는 것입니다.
물고기나 사람이나 다 편안하고 안락하게 살고 싶지만 편안하기만 한 삶이 결코 좋은 것만은 아닌가 봅니다.
스트레스란 적응하기 어려운 환경에 처할때 느끼는 심리적, 신체적 긴장 상태를 말하는 데 적절히 해소하지 못할 경우 우울, 불안 , 불면, 짜증 등으로 나타나 신체적 정신적인 해가 되기도 하지만 적당한 스트레스는 새로운 자극을 주어 생활에 동기와 활력을 주는 등 긍적적인 역할을 하기도 한다고 합니다.
적당한 긴장과 스트레스가 때로는 예상치 못한 만남, 거북한 관계, 상상도 못한 사건, 하고 싶지 않지만 해야 할 숙제, 만나고 싶지 않은 천적, 겪고 싶지 않은 일들 등 다소 불편한 것들에서 오기도 하지만 이 역시 우리들을 겸손하게 하시고 약한 우리들로 하여금 강해지게 만지시는 하나님의 선물이라는 생각을 해봅니다.
거친 파도가 이는 풍랑의 긴장 가운데 우왕 좌왕하는 제자들의 믿음을 꾸짖으시고 "고요하라. 잠잠하라." 며 갈릴리 바다의 바람과 풍랑을 잠재우신 예수님께서 제 스트레스를 잠잠하라 고요하게 하여 주실 때 까지 저는 하나님께서 오늘도 저에게 몸과 마음의 활력을 주시기 위하여 허락하신 적당히 제게 꼭 필요한 이 스트레스를 즐겨야 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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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목록

신지연님의 댓글
신지연 작성일
제 이야기들 들으신 어느 자매님께서 제게 보내신 메일인데
마음에 참 와닿아서 그 자매님 허락도 받지 않고 이곳에 올려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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積善之家, 必有餘慶 ( 적선지가, 필유여경 )
-선을 쌓는 집안에는 반드시 남은 경사가 있다란 옛 성어가 있듯이
좋은 일 많이 해 놓으면 수빈이가 부모의 덕으로

손경일님의 댓글
손경일 작성일
좋은글입니다..저도 전적으로 동감....^^ 흠....교회에서도 약간의 스트레스를 성도들에게....^^ㅎㅎㅎㅎ

adaya님의 댓글
adaya 작성일
목사님의 "^^ㅎㅎㅎㅎ "가 "^^ 흐흐흐흐" 같이 전설의 고향과 같은 느낌이 ....
아 - 농담입니다.
당연히 "하하하하"겠지요.
자매님 덕분에 오랫만에 한자공부 해 봅니다.

손경일님의 댓글
손경일 작성일
당연히 하하하하 입니다....^^ 요즘 젊은이들이 쓴 쉬운 방법..^^ㅎㅎㅎㅎ

최윤희님의 댓글
최윤희 작성일
그래도 지연자매님 저의 천적은 되어주지 마세요. 살살 아주 살살 부탁드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