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치가 음치된 이유 > 나눔

본문 바로가기
close
menu
Live

나눔

음치가 음치된 이유

페이지 정보

profile_image
작성자 김경연
조회 2,579회 작성일 11-09-13 20:58

본문

노래를 흥얼거리는 것을 좋아하는 내가, 음치인 것을 알게 된 것은 고등학교 때 합창 반 선발을 위한 오디션에서 탈락했을 때이다.  그 이후로는 어디 나서서 노래하는 일은 잘 하지 않았다. 그런데, 아내를 만나 교회에 출석하면서, 아내를 기쁘게 해주려고 순종하며 성가대에 참석하게 되었다. 내 신앙생활은 성가대에서 그렇게 시작되었다.

 

성가대 지휘하시는 분들은 정말 배려가 많았다. 베이스에서 거의 소리를 내지 않는 나를 언제나 가장 음이 정확하고 소리가 크신, 베이스 음의 기준이 되시는 옆에 세우시고 소리내기 어려운 음절에서는 입만 벌리는 것을 흔쾌히 묵인해 주셨다. 그런데, 한번은 새로 오신 전도사님이 나를 잘 모르시고 성가대 찬양 중 솔로부분을 맡기셨고 오랜 성가대 생활로 다소 용기를 얻은 내가 솔로로 찬양을 하기도 하였다.(아내는 그런 적이 없다고 하지만, 나는 분명히 기억하고 있다). 그렇게 10년 이상을 성가대에서 봉사를 하던 나는 출장이 잦아지면서 자연스럽게 성가대를 그만 두게 되었다.

 

지난 주에, 뉴욕에서 사는 딸이 집에 오게 되어, 엄마에게 사준 새로운 IPOD에 다운로드 하는 방법을 엄마에게 가르쳐 주었다. 아내는 용량이 많은 IPOD에 좋아하는 곡들을 다운로드 하면서 나에게도 원하는 곡이 있느냐고 해서, 송창식의 노래를 요청했다.(물론, 복음송도 요청하였다). 산책을 하면서, 송창식의 노래를 듣던 중, “맨 처음 고백이라는 곡을 들으며 옛 생각에 잠겼고 그 기분에 아내와 함께 있는 시간에 그 노래를 불러 주었고 마지막 최고조로 감정을 실은 가사를 부르는 시점에 머리로는 분명히 그렇게 소리를 내었는데, 내 귀에는 전혀 다른 음으로 들렸고 당황한 나는 몇 차례 반복해서 그 부분을 불렀으나, 점점 이상한 소리로 변해갔다. 그 때, “왜 내가 생각하는 음을 내가 못 내지?” 하며 묻는 내 얼굴을 아내가 보고, “그게 바로 음치야라고 소리쳤고 나는 내가 음치라는 사실을 되새기며 씁쓸해 했다..

 

오늘 새벽에는 목사님께서 찬양을 인도하시면서, 두 곡 다 음을 못 잡는 소절이 있었다 그것도 여러 번을 반복해서 같은 부분을 틀리시는 것이 아닌가? 나는 내가 음치라는 사실을 잊어버리고 목사님이 틀리는 그 소절에 목청껏 바른 음으로 찬양을 하여 목사님을 도우려고 애썼다(혹시, 제 목소리가 목사님께 들렸나요?) 목사님께서도 본인의 음정이 불안했던 것을 아셨는지, 우리가 재림에 관련된 찬양을 자주하지 않기 때문에 익숙하지 않아서 음이 틀릴 수 있다고 설명해 주셨다. 순간 나는 며칠 전 송창식의 노래를 부르면서 음정이 틀린 것도 내가 예수 믿고 세상에서 하는 노래를 오랫동안 부르지 않아서 인가? 하는 생각이 들어서 위로가 되었다.

 

그리고 목사님이 오늘의 말씀 중, 목사님의 묵상 부분을 들려 주셨다. 목사님께서는, 기름을 준비한 슬기로운 다섯 처녀들이, 기름을 준비하지 못해 밤중에 오신 신랑 예수의 혼인 잔치에 참여하지 못한 다섯 처녀들에게 사전에 기름을 준비하라고 권유해서 열명이 다 혼인 잔치에 참여하였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셨다고 한다. 그 말씀을 듣고 나는 이렇게 구원받지 못한 영혼들을 위해, 불쌍히 여기시고 안타까워하시는 목사님은, 오늘 새벽에 음치들을 위해서, 낮은 자리로 내려와 음을 틀리신 게 아닌가? 하는 마음이 들었고 다시 한번 음치인 저에게 찬양으로 위로해 주신 목사님께 감사 드리고 싶다.

댓글목록

profile_image

손경일님의 댓글

손경일 작성일

하하하...아니 이렇게 공개적으로 제가 음치라는 사실을 말하시다니요?...이건 저를 같이 음치 클럽에 조인시키려는 음모?...^^ 예 오늘 아침 조금 해멨지요...^^ ㅎㅎㅎㅎ 그래도 은혜는 여전히 우리와 함께....^^

profile_image

전 순미님의 댓글

전 순미 작성일

형제님 글 읽다가 배꼽 빠지는 줄 알았습니다.  저희 부부를 웃껴주셔서 대단히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