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포로서의 교인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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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 3,078회 작성일 09-08-22 09: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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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참 지난 이야기이니까 풀어 놓아도 될 듯싶다.
거의 20년전 조그만 한인 교회에 다닐때 담임목사님이 공금을 횡령한 사건이 있었다.
소속된 미국교단에 해마다 납부하는 분담금이 있는데 그 분담금을 가지고 conference 에 가셔서 납부를 안하고 개인구좌로 입금시켜버린 것. 그리고 돈세탁을 하려 노력까지 하신 것이 나중에 밝혀지기까지 하였다.
우연한 기회에 회계집사님이 교단에서 온 statement 에 분담금이 납부 안 된것을 발견하고 목사님에게 설명을 요구하게 되었고, 목사님은 뚜렷한 설명을 못한채 얼버무리려 하였고...
목사님의 비리를 눈치챈 집사들이 사태를 의논하려 급기야 집사회가 소집되어 나는 어느 추운 겨울밤에 교회에 갔었다.
목사님의 영적권위가 풍전등화 같이 되어버렸고, 조그만 이 교회의 경험없는 집사들이 이 문제를 해결지으려 역시
우왕좌왕하며 회의가 시작되었다.
집사회라야 모두 10명 정도인데 어느분은 분개하여 목사님을 성토하였고, 대개는 참담하고 어이없어 하는 표정이었다.
돈이 횡령된 방법을 밝히려는 이야기들이 오갔으나 몇가지 미스테리 같은 일들이 있었던 것으로 기억된다.
결론없이 밤은 깊어가는데, 갑자기 드르륵하고 미닫이 유리문이 열리며 초췌한 모습으로 목사님이 들어오셨다.
다들 깜짝 놀랐는데 목사님은 탁상머리에 털썩 않으며 창백한 얼굴로, "다 말씀 드리려 왔습니다." 하셨다.
모두 긴장된 얼굴로 목사님을 바라보았다.
목사님은 솔직히 공금의 횡령사실을 시인하였다. 이어서 자신이 어떤 방법으로 돈세탁까지 하여 - 교회 공금을
이리저리 돌려서 - 이를 감추려 한 것까지 솔직히 고백하였다.
이때 까지만 하여도 좌중에는 감동하는 분위기였다. "감사합니다, 목사님. 용기있게 말씀해 주셔서." 라고들 했다.
곧이어 목사님은, "이제 제가 여기서 다 고백드리고 용서을 빌었읍니다. 이제 이 일은 여기서 끝내고 이 자리 밖에는
알리지 말고, 이일은 없었던 것으로 해 주십시오." 하셨다.
회의장은 술렁였다. 몇명은 "그리 합시다. 아멘." 하며 목사님을 감쌋고, 나머지는 "그럴수야 없지요. 이일을 없던 것으로 하기에는 너무 사안인 큽니다" 라는 쪽으로 나뉘었다.
회의장의 분위기는 안개가 자욱히 낀 바깥 겨울밤 거리만큼 냉기가 흘렀다.
당신이라면 어떻게 했을까...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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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목록

deborah님의 댓글
deborah 작성일
정말 마음 아픈 일입니다. 교회에서 이런 일이 일어났다니, 그것도, 목사님께서...
한편으로는 얼마나 힘이 드시고 급해서 그렇게 하셨나 하는 마음도 일지만 그래도 그건 아니다라는 생각입니다.
급전이 필요하시거나 생활이 너무 힘드시면 기도하시면서 주시는 생각대로 교인들이나 지인들에게 요청할 수도 있지 않았나 싶구요.
이런 일이 있은 후에 그 교회에서의 목회는 계속 가능하지 않을 것이고 단, 공개적으로 회개하셨으니 외부에는 함구하고 다른 길을 찾아 가시도록 해야겠지요. 저라면 그렇게 했겠네요.
(2)편이 궁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