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oyNov 05.2010
여행일지: 하나님의 창조속으로
Sept.24
한달 전 아이들에게서 이 메일이 왔다. 시에라 네바다의 동편 기슭에 위치한 Donner Lake의 근사한 강변 별장을 예약해 놓고 별장의 내부시설, 자세한 스케줄과 함께 우리 부부를 초대한다는 내용이었다. 아빠의 big-birthday를 축하 하기 위한 자리였다. 아이들은 어려서부터 일에 묻혀 살아온 아빠를 보아와서 늘 early retire를 하시라고 말해 왔고, 언젠가 한번 지나가는 말로 Tahoe 강물에 시원하게 몸을 담그고 싶다고 한 그의 말을 아이들은 잊지 않고 기억해둔 것이다. 아빠가 온전한 휴식을 갖도록 이런 자리를 계획했다니 고맙기도 하며 기특했다. 여태까지 우리 가정을 이끌어 오신 하나님, 하나님 만을 모시며 살아온 우리 가정이 이제는 어느덧 인생의 결산을 준비하는 황혼기를 계획하는 시점에서, 아이들과 함께 하는 의미있는 여행은 우리에게 엷은 흥분을 느끼게 했다.
우리에게 여행을 위한 필요한 준비물과 상세한 정보를 보내며 한가지의 준수해야 할 사항을 덧붙였는데, 이번 여행에 드는 모든 비용은 자기들이 알아서 할 터이니 고집부리지 마시고 이번 기회에 섬김을 받는 섬김을 배우시라는 것이었다. 늘 자신만이 모든 짐을 지고 희생하는 아빠의 messia syndrome 은 때대로 가족 안에서도 은혜가 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아이들이 우리를 섬기게 허락하는 것은 바로 복종과 섬김의 행동이며 그것이 바로 그들의 권위를 인정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2박3일의 일정으로 짐을 꾸리고 보니, 이번이 3년 만에 가져 보는 우리들 만의 오붓한 가족여행이었다. 아이들 어릴 때 여름에는 캠핑,겨울에는 스키여행으로 Lake Tahoe를 이웃처럼 드나들었으나 이번에는 색다른 지경인 Donna Lake을 향해 가는 것이다. 뒷 좌석에서 얼만큼 더 가야 되느냐고 발을 차며 지루해 하던 꼬마들이 이제는 어른이 되어 거꾸로 우리를 태우고 여행을 가다니…그들의 눈에는 부모가 많이 늙어지고 자신들의 보호가 필요하다고 느끼는 것 같았다. 세월이 많이 흘렀음을 깨닫는다.
아침 8시에 출발하여 3시간 반을 달려가니 Truckee란 마을이 나왔다. 아름드리 큰 소나무가 무성할 줄 알았는데 전에 왔던 깊은 숲속이 아니라, 화재의 흔적도 있었고 10년 정도 돼 보이는 어린 소나무들로 둘러 쌓인 그곳에는 이미 부동산 붐을 타고 아름다운 마을이 개발 되어 있었고, 식당이며 카페, petit shop 들이 즐비하게 늘어서 있었다. ACE mountain hardware 에 들려 낚시대와 라이센스,낚시 미끼를 산 후, The back country 에 들려 2대의 2인용 Kayak을 렌트 한 후(다음날 아침에 delivery 해주기로 함) 10분 정도를 달리다가, 우리는 이름이 재미있는 full belly deli 에 들려 간단한 샌드위치와 roasted squash soup으로 배를 채웠다. 오후 1시 이후에는 언제든지 check –in 할 수 있고 물고기들이 밥을 찾는 시간은 동틀 때부터 오전 10:30 이나 해지기 2시간 전이라 하니, 짐을 정리한 후에 오후에는 우리 집의 private dock에서 고기를 잡을 수 있을 것 같은 느긋한 마음을 갖고 캐빈으로 향했다.
우리들이 잠시 머물 집은 Donner Pass Rd. 에 자리잡고 있었으며 길을 사이로 산 쪽은 오래된 별장들이 있었고 강변 쪽에는 새로 지은 듯한 예쁜 페인트로 단장한 멋쟁이 별장들이 얼굴을 내밀고 있었다. 우리 집은 흰색에 초록색 트림을 한 3층집에 넓은 attic 까지 갖추고 있는 크고 아름다운 집이었다. 사진에서 본 것보다 더욱 훌륭했고, 이제껏 탄성을 자아내는 경치를 많이 보고 다녔지만, 대부분 투어를 한 후 호텔에서 묵었기 때문에 자연 속에 묻혀서 생활해 보는 것은 또 다른 경험이 될 것이다. 더욱이 이번에는 하루 만에 짓고 허무는 천막 집이 아니지 않은가? 나는 결코 소유할 수 없는 집이지만 소유하지 않고도 즐기는 법을 배우기로 했다. 비록 2박3일의 거주자에 불과하지만 마치 내 집처럼 생각하고 제대로 즐기기 위해 짐을 재빨리 정리하고 각 방에 스피커에서는 아름다운 선율이 흘러 나오게 했으며, 윤이 나는 마루가 깔린 넓은 홀과 마스터 베드 룸의 공간을 마치 바다 속의 물고기처럼 둥둥 떠다니며 돌아 다녔다.
강한 햇빛이 수그러들기 시작하면서 빛의 반사로 아련히 보이던 저 멀리 맞은편 강가의 숲 속의 집들이 서서히 그들의 자태를 드러냈다. 푸른 지붕에 붉은 벽돌 색의 비둘기 집 같은 별장들의 머리위로, 뱀의 띠와 같이 구불구불한 열차가 산의 중간 허리를 가르며 나타났다 멀어져 간다. 발코니를 지나 계단을 내려가면 바로 앞에 바위로 쌓아 올려 수영을 할 수 있도록 만들어 놓은 자연 pool 이 있었지만 물이 차서 선뜻 들어갈 수가 없었다. 강물이 하도 맑아서 작은 송사리 떼들이 이층 발코니에서도 보였다. 그 옆으로 private dock가 있는데 그 곳에서 낚시를 하겠다고 두 남자는 이미 낚시대를 매고 나가고, 딸은 카메라를 들고 따라 나섰다.
도대체 이 집은 몇 스퀘어피트 쯤 될까? 침구며 가구,가전 제품, 하다못해 어린이용 가구까지 없는 것 없이 일류 호텔처럼 갖추어져 있었고 생활에 필요한 물품들이 꼼꼼히 챙겨져 있었다. 가장 감격스러운 것은, 내가 어릴 적에 꿈꾸어 오던 드림 하우스는 벽면을 모두 유리로 처리한 집이었는데, 이 집은 삼면의 벽이 유리창으로 되어 있어 언제나 도도한 강물이 한결같이 그곳을 흐르고 있음을 바라볼 수 있는 집이었다. 밖의 자연을 내부로 빨아드릴 수 있고 내가 밖의 자연으로 끌려나가는, 그리하여 자연과 내가 하나가 될 수 있는 친환경적인 이 집의 설계는 창조물에 대해 더욱 깊은 감사를 느끼기에 손색이 없는 공간이었다.
나갈 때는 의기양양하여 커다란 버켓을 들고 나가더니 왠지 버켓을 든 남편의 어깨에 힘이 없다. 강 수면에 버블이 올라오고 동그란 파문이 여기저기 보이는데 낚여지는 고기는 한 마리도 없으니, 밤이 맞도록 수고를 하였으나 얻은 것이 없었던 베드로의 심정을 체험하는 시간이었다. 그래! 송사리 떼들은 늘 얕은 물에 있는 법이지…… 큰 고기를 잡으려면….. “깊은 곳에 가서 그물을 내리라” 하시는 주님의 음성이 내 귀에 들리는 듯 했다
해가 자신의 자리를 달에게 내어주고 밤하늘에 여기저기 흩어진 별들이 각자의 찬란한 빛을 뽐낼 때, 우리는 망원경을 셋업 하고 달과 별을 관측했다. 일년 중 가장 밝고 커다란 추석 보름달을 그 곳에서 볼 수 있다는 것은 또 하나의 행운이었다. 특히나 둥근 보름달 속의 옥토끼를 보고자 하는 어린 마음이 발동했던 것이었다. 그러나 과학잡지에서 본 듯한 달의 표면은 분출구로 구멍이 숭숭 뚫려있었고, 달에 얽힌 동화를 진짜로 믿었던 나의 순진함에 미소 지으며 한편, 우리 조상들의 마음을 느껴보았다. 마당 가득 쏟아지는 달 빛을 받으며 온 식구들이 옹기종기 둘러앉아 떡을 빚으며 달을 보니 진짜로 그들의 눈에 떡방아를 찧고 있는 토기가 보인 것이다. 나는 이것을 아이들을 현혹시킨 하얀 거짓말 이라고 말하고 싶지 않다. 우리는 마음의 창으로 모든 것을 볼 수 있고, 믿음은 바라는 것의 실상이며 보지 못하는 것의 증거이기 때문이다.
침대에 누우면 천정으로 난 유리창으로 달과 별이 보였고, 삐져나온 소나무가 유리 화폭을 거대하게 수놓고 있었다. 발 밑에 아름다운 강을 두고 누가 잠을 잘 수 있겠는가? 침대의 높이와 같게 잘려나간 커다란 유리창 벽으로 고개를 돌리니 마치 내가 강 한가운데에 누워있는 것 같았다. 하나님의 창조의 세계가 나에게 너무 가까이 다가와, 이 밤은 나에게 있어서 우주와 가장 친근했던 날로 기억될 것 같다. 하늘과 땅이 있었고 한 낮의 태양, 달과 별, 산, 강, 그리고 소나무와 각종 꽃나무, 물고기와 오리 떼, 참! 갈매기도 있었지…… 창조시의 모든 자연의 elements 가 하나님의 형상을 닮은 우리 가족을 둘러싸고 있었다. 참으로 매혹적인 밤이었다.
Sept.25
칠흑 같은 밤의 강물에 드리웠던 어둠이 걷히고 동이 트면서 가늘게 감겨진 눈앞에 춤추는 물결의 그림자가 천정에
서 아른거린다. 그리고 자장가를 부르며 요람을 흔들어 주는 어머니의 부드러운 손길과 같은 포근한 평화가 나를 감
싼다. 옆자리가 비어있는 것을 보니 남편은 못 잡은 고기가 못내 아쉬워 새벽같이 일어나 혼자서 dock 로 나간 것
같다. 자쿠지에 오렌지 허벌 향을 풀어 오랜만에 굳어있던 어깨를 풀고 내려오니 private dock 에 두 대의 kayak 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오늘은 더 깊은 곳으로 가는 거야…
유리같이 맑은 강을 가르고 어디선가 물고기가 머리를 내미는 듯하여 돌아보면 수줍은 물고기는 어느새 쏜살같이 숨어 버리고 황금빛 물결만이 출렁거린다. 잠시 후, 멀리서도 한 눈에 알아볼 수 있는 남편과 아들의 배가 환하게 손짓하며 들어온다. 2 피이트가 넘는 rainbow trout 를 손에 들고 웃음 가득 돌아온 것이다. 아들은 아버지를 위해 헌신한 날에 아버지를 위한 고기를 잡아 드리게 되었으니 아들의 마음이 얼마나 뿌듯했겠는가? 낚시꾼들의 부러움을 한 몸에 받으며 또 다른 곳을 향해 고기잡이 배는 떠났다.
바람이 부는지 물살이 세어진다. 하나, 둘, 셋, 넷,……7척의 kayak 이 규칙적인 노를 저으며 강물 위를 바쁘게 지나간다.“내 배는 살 같이 바다를 지난다. 싼타루치아~ 싼타~루치아” 베니스에서는 노를 저으며 칸쏘네를 부르려면 돈을 주고 불러야 했는데 여기서는 공짜로 불러댈 수 있으니 진짜 천국이었다. 오후 5시에 배를 가지러 온다 하여 점심을 먹은 후 나도 구명조끼를 입고 조심스레 시도해 보기로 했다. 물 공포증이 있는 나는 수영도 발이 바닥이 닿는 수영장에서만 가능한데,남편은 나를 자꾸만 깊은 곳으로 끌고 간다 물귀신처럼. 어지럽다. 가까이서 출렁이는 물을 보는 것이 메스껍고, 먼 곳을 바라보니 막막한 강이 내 시야에 차고 넘쳐 더욱 어지러워 나는 눈을 감아버렸다. 왼쪽,오른쪽,앞으로, 뒤로, 방향 전환.. 숙달된 교관의 훈련을 받으며, 그렇게도 어지럽고 무서워 내려달라고 통사정하던 나는 어느새 뱃놀이를 즐기는 노 젓는 뱃사공이 되어 있었다.
햇빛에 반짝이며 팔랑거리는 나뭇잎은 눈이 부시도록 아름다웠다. “참 아름다워라! 주님의 세계는, 저 산에 부는 바람과 잔잔한 강물 그 소리 가운데 주 음성 들리니 주 하나님의 큰 뜻을 내 알 듯 하도다” .아! 남편은 생일을 맞아 제대로의 휴가를 갖는 듯 했다. 휴가지에서도 메일을 체크하고 전화를 해대던 숨가쁜 시간들이 지나고 진정한 휴식으로 저 너머 근심 걱정 가득한 세상은 완전히 잊은 것 같았다.
휴가의 마지막 밤이며 생일의 하이라이트인 케익 자르는 시간이 되었다. 나는 아들에게 슬며시 가족 대표로 아빠를 위해서 기도해 줄 수 있겠냐고 물었다. 우리를 축복하고자 하시는 하나님의 마음처럼 아빠를 축복하는 아들의 기도를 믿음의 눈으로 바라보았다. 3명의 전문 사진사가 렌즈를 들이대고, 연속적으로 플래쉬를 터트릴 때 남편은 아마도 헐리우드 스타가 부럽지 않았을 것이다. 사진 촬영을 하다 보니 어느새 케잌 위에 꽂아 놓은 숫자 캔들이 녹아 내리고 있었다. 우리의 삶도 저렇게 녹아 내리는 것을… 작은 촛불이 방안을 비추고 자기의 사명을 다하고 스러져 갈 때 그 촛불은 촛불의 책임을 다 하였기에 아름다운 것이다. 우리 부부의 삶도 하나님의 거룩한 삶을 위해 스스로를 태우다 녹아 없어짐에 불평이 있을 수 없고 존귀하게 살다 죽는다면 감사한 일일 것이다.
Sept.26
아침을 먹고 짐을 꾸린 후, 우리는 Donner Memorial State Park의 기념관을 방문하여 1846년 Donner Lake 근처에서 혹독한 겨울을 지냈던 그들의 이민 역사를 필름으로 학습한 후, 강가로 뻗어있는 트레일을 한 시간 가량 돌면서 여러가지 이야기를 나누었다. 이제는 아이들이 성인이 되어있기에 그들을 대할 때도 조심스러웠고, 바울에게 아들이었던 디모데가 영적으로 성숙해 졌을 때 바을이 그를 아들 대신 형제라고 부른 것처럼, 이제는 우리의 친구요, 교사요, 협력자가 되어있는 아이들에게서 더 많은 것을 배운 시간들이었다. 2박 3일의 짧은 여행이었지만 그들이 바쁜 스케줄에도 불구하고 휴가를 내고 계획한 모든 일에 감격하며 이런 날을 허락하신 하나님께 감사했다. 이곳에서의 추억이 한동안 내 머리에서 떠나지 않을 것이다. 아니, 잊지 않기 위해 나는 떠나기 전에 우리들의 스토리가 담긴 구석구석을 눈과 머리, 가슴에 깊숙이 담아 넣었다.
집으로 향하며 문득 교회가 궁금해진다. 그리고 나의 사랑하는 에클레시아의 그리운 얼굴들이 떠오른다. “소년이라도 피곤하며 곤비하며 장정이라도 넘어지며 자빠지되 오직 여호와를 앙망하는 자는 새 힘을 얻으리니 독수리의 날개 치며 올라감 같을 것이요……” 이사야의 고백이 나의 고백이 되어 하나님을 바라보면 새 힘을 얻는다고 하신 말씀을 붙들고 이제 다시 불러냄을 받은 자로서 저 아래의 세상으로 힘차게 달려가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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