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효자는 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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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 3,164회 작성일 13-01-22 22: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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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 다녀왔습니다.
한국에 가면 뭐가 제일 좋으냐 물으신다면
그건 당연히 그동안 만나지 못한 가족들을 만나는 것이지요.
그동안 그리웠던 엄마의 밥상을 손하나 까딱하지않고 앉아서 받을수 있는 특권을 누릴수 있는 것,
지금은 중년이 다 된 딸이 과거 좋아했던 음식을 기억하시고
날마다 이것 저것 사다 날라 냉장고를 채워 놓고
왜 안 먹냐 당신 딸이 세상에서 제일 마른 여자인줄 착각하시고 걱정 하시는 아버지,
평상시엔 진정 멋쟁이시다가도 가끔 진저리가 나도록 촌스러운 옷을 입어
가족들을 슬프게 하시는 엄마의 냉정한 의상 코디 역할을 하는 것,
이 코디 역할은 엄마가 누구의 말도 듣지 않기 때문에 사실 딸인 저밖엔 해줄수가 없답니다.
다른 식구들은 엄마의 의상이 마음에 들지 않아도 그냥 꾸욱 참는 수 밖에....
이렇게 위로 부터 내려지는 부모님의 충만한 사랑을
저의 사랑을 받기만 할뿐 도대체 돌려 줄 지 모르는 남편과 딸 덕분에
미국에서는 잠시 잊고 살다가 한국에만 가면
제가 < 당신은 사랑 받기위해 태어난 사람 >이었단 사실에
몸이 떨리도록 기뻐집니다.
사실 저는 아직도 아버지 란 호칭대신 아빠라 부르고 있는데
동생들이 결혼을 하고 올케들이 집안에 들어오고 조카들이 하나 둘 생긴 후 부터는
이 아빠라는 호칭이 조금씩 어색해 지기 시작 했습니다.
그래서 지금은 상황과 처지에 따라, 주변에 누가 있는냐에 따라, 대화의 내용에 따라,
입에서 나오는 대로 혼합 사용하고 있지요.
옛말에 딸 자식은 다 도둑이라 했던가요?
좋은 물건들을 눈여겨 보았다가 " 엄마 나 이거 줘. " 한마디면
그 물건의 소유권은 이미 저에게로 바뀌곤 했었는데
이번에도 역시 몇몇가지 소유권 이전을 하고 돌아 왔으니 저는 진정 도둑인가요?
COSTCO 에서 비타민 몇개 달랑 사 들고가서 짭짤한 수익을 내고 돌아 왔으니 좀 뻔뻔하죠?
하지만 이 뻔뻔한 딸이 오랜만에 찾아본 부모님들이
이제는 더이상 그 옛날 제가 기억하던 강하고 든든한 모습이 아니기에
가슴이 먹먹하게 아파집니다.
염색으로 감추인 그 사이로 희끗 희끗 보이는 흰머리가 참으로 야속하기만 하고,
훤히 머리속이 들여다 보이게 빠져 버린 부모님의 머리숱에서,
자세를 바꾸실때 마다 여기 저기 아파 외치는 주문 " 아이구 아이구 " 에서,
부모님들의 모습이 세상속에서 흔히 볼수 있는 평범한 노인들의 모습과 별반 다를바 없어
마음이 철렁내려앉았습니다.
엄마처럼 하지 않겠다 다짐하던 그 딸이 그 옛날 엄마 하던 그대로 하면서
그 옛날 엄마의 방법이 가장 지혜로왔던 방법임을 깨달아 간다면
그 말은 곧 그 딸도 나이가 들어간다는 말일지도 모르겠습니다.
그 말은 곧 우리들의 부모님을 뵐날들이 점점 줄어든다는 말도 되겠지요.
부모님의 일보단 내 자식 내 가족의 일을 우선으로 챙기고 살아가는 저.
흐르는 시간과 함께 기다려 주지 않는 부모님께
끝없는 부모님의 사랑을 이제사 쪼오끔 알게 되어 효도 한번 멋지게 하려해도
가까이서 뵙지못하니 태평양건너 마음속으로 메아리만 울릴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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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목록

admin님의 댓글
admin 작성일

jindalre님의 댓글
jindalre 작성일
신자매님 글이 무척 그리웠는데
항상 자매님글을 읽을 때마다 "맛있다"라고 느껴요.
부모님은 계실 때 잘해드려야 함을 가시고 난 지금 후회 많이 합니다.
좋은 글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