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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에게 <고슴도치 딜레마> 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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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신지연
조회 3,443회 작성일 10-10-17 2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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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다  미국 땅에 와서 살게 되니  좋은 점이  딱 한가지 있습니다.

말로써  사람들에게 상처를 주지 않게 된것입니다.  아니 엄밀히 따져서 상처를 줄수가  없게 된것 입니다.

남에게 상처를 줄만큼  영어를 잘 못한다는  말이기도 합니다.

 

서툰 영어로 대화를 해야 하다보니  서로 인사 좀 나누고... 날씨 얘기도 좀 하다가... 사업은 잘 되니 ? ...상대가 결혼을  한 사람일 경우  배우자 및 가족 안부 좀 묻고 나면   바로  몹시 썰렁해 지니  급히  다시  헤어지는 굳바이  인사로  들어갑니다.  못하는 영어에  실수라도  하여  국제적으로 망신이라도  당할새라  조심스레  품위있는  고급 단어들을  신중하게  골라 최대한 인격적으로  보일수 있도록  고심하여 말하다 보니  누구를 기분 상하게 한다던가  상처를 준다던가  하는 경우는 거의 없습니다.  따라서 누구에게 상처를 줄만큼 대화를  깊이 들어가지도  대화에 공을 들이지도 않게 됩니다. 

 

특히  < Oh! So Beautiful !!! >  을  입에 달고 사는 오바 액션의  달인들인  미국 사람들의 습관을  저도 이제는 은연중에 배워  저도 대화중에  마음에도 없이 < 오우 , 너무 고마운걸 > < 너 네 애들  너무  귀엽구나 > < 너무 아름답군....> < 너 오늘 너무 예뻐 보여 >  등등의  정치성 멘트를 시도 때도 없이 사용하고 있습니다. 

항상 긍정적으로 비록 빈 말일 지언정 사람들을 격려하게 되는 미국식 대화법으로 살다 보니  제 속 마음과는  달리 최대한  아름답게 포장하여 말하는데   아무런 갈등을 느끼지 않게 된것입니다.

 

하지만 문제는 생각하는 대로  입으로 말할수 있고,  뇌에서 생각함과  동시에  혀가 움직이는 제 모국어인 한국말로 사람을  대할땐  제 마음과  생각과  제 표현이 아름답게  잘 포장이 되질 않는 다는데 그 문제가 있습니다.

오히려 그동안 미국 사람들을 대하면서  포장하느라  급급했던 제 참고 참았던  내 속 마음을  굶주려 있던  표현의 자유를 도구로  삼아  직설 화법으로  내 형제 자매들에게  솔직하고  화통하게  다  쏟아 내게 되곤 합니다.

 

영어로 대화할땐 그토록 신중하고   품위있게  아름다운 칭찬을  헤프게  남용하던 입장에서,  한국말로는  생각나는 대로  거침없이  공격의 말을 하기도 하고, 영어로는  아낌없이 뿌리던  격려와 칭찬에는  자린 고비가 되어버립니다. 

당연히  말의 실수도 많아지고   상대의 기분을 상하게  하기도 하고   본의 아니게 상처를 주기도 합니다.  

         

< 고슴도치 딜레마 > 란  말을 아시는지요?  

한 겨울 추위를 피하기 위해  체온을 서로 나누려 고슴도치들이 서로에게 다가가지만  다가가면 갈수록 몸에 돋친 서로의 가시가  서로의 몸을 찔러 서로 몸에  상처를 내기 때문에  고슴도치들은  결국  몸의 체온을 유지하면서  서로에게 상처를 주고  받지 않을 정당한 거리를  서로 유지한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고슴도치 딜레마는  < 누군가와  가까워지려 하면  자신에게 달린 가시들로 그 상대를 다치게해 누구와도 가까워질수없는 상태 > < 서로에게 필요 하지만  다가가기 어려운 관계 > < 그런 위험 요소를  피하기 위해  미리 상대방과  거리를 두는 자기  방어적 심리 > 를  뜻하는 말이라고 합니다.

 

어쩌면 미국 사람들과 영어로  적당한  안전거리 확보 후   적당한 온도를 지키며  적절한 관계를   나누며   살듯이  우리끼리도  차라리 < 고슴도치 딜레마 > 에 빠져  적당히 거리를 유지하며  살아야 그나마  상처를 덜 받으며   살수 있는  지혜가 필요한지도 모르겠습니다.

 

외로와서  체온을  녹이고는 싶은데  사람이 싫고 상처 받기 싫어서  아예  마음문을 닫아버리고  잠수를 타버립니다.살다보면 남편이나 아내, 부모나 형제, 주안에서 만난 형제와 자매등 가장 아끼고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받은 상처가  모르는 타인에게서 받은 상처보다  더 깊고 아픈 것이 사실이니까요....
외로워서 친해지려고  노력하다가도 막상 친해지면   어느새  날카로운 가시가 돋아나  상대방에게 상처를 주어 멀어지게 하는  우리들...  가깝게 다가가고 싶지만  가까이 다가갈수록 서로에게 상처가 되었던 기억...

상대에 대하여 적의나 악의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나도 모르는 사이  상대를 찌르게 되는 내 몸의 수 많은 가시들...

 

그런데  고슴도치 사육사들이 발견한   한가지  재미있는 사실은  가시에 찔려  상처를 입어도 계속 고슴도치들에게 다가서면  어느 순간 고슴도치들은  자신의 뾰족한 가시를 부드럽게 만들어 더이상  찌르지 않는다고 합니다.

끊임없는 관심과 사랑이야 말로  고슴도치 딜레마에 빠져  다가가지 못하고  항상 일정한 거리를 두는  누군가의 마음을 열고 상처로부터 벗어나게 할 수 있다는 얘기 이지요.
 
적당히 안전 거리를 확보하며  고슴도치 딜레마에  빠져 사는 것이 아니라  상대의 가시에 찔림당하기를 두려워하지 않고  서로의 가시를  뭉툭하고 부드럽게 만들어 줄수 있는  따뜻한 봄날과 같은  하나님의 공동체가 되기를  소망합니다.   끝없는 상처와 갈등, 수 많은  내몸의 가시들을  사랑과  관심으로  뽑아 내기를  두려워하지 않는 그런 공동체를 그려 봅니다.
 
어서 다가 오세요.  기꺼이 찔려  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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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목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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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dmin님의 댓글

admin 작성일

올려주신 고슴도치가 너무 귀엽게 생겼습니다!

이런 고슴도치라며 가시도 안 아플성싶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