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꾸로 읽는 행복론
페이지 정보

조회 2,941회 작성일 13-01-22 23:02
본문
지난 며칠 저는 쥐 구멍을 찾아 막기는 했지만
녀석들이 언제 다시 나타날까 노심 초사하며 지내고 있습니다.
한밤 중에 살금 살금 걸어가서 Garage 로 통하는 문을 갑자기 확 열어 제껴
혹 쥐가 한밤중에 내 집에서 파티라도 벌이고 있는 건 아닐까 확인 하는 버릇이 생겼는데
우리 집에서 집 주인인 제가 왜 살금 살금 다니며
녀석들의 눈치를 봐야 하는 건지 그들에게 묻고 싶답니다.
환경이 비교적 잘 보존 되어진 미국에서는 각종 동물들이 집 주변에 흔하기 때문에
동물이 내 앞에 나타난다 한들 별로 놀라울 것도 없고
그들도 나를 간섭하지 않고 나 또한 그들의 삶의 영역을 침범한 적이 없이
같은 시간과 공간을 공유하며 서로의 생태계를 존중한채
모든 생명체들과 공존 공생하고 있을 따름이지만
이 작은 설치류인 그들은 저를 한동안 너무 괴롭혔답니다.
( 아마 너무 설치고 다녀서 설치류가 된 건 아닐까 의심이 갈 정도입니다. )
자나 깨나 쥐 생각에 밥을 먹어도 쥐 생각, 운전을 하면서도 쥐 생각,
머리에 쥐가 난다는 말이 아마 이런 어원에서 나온 것이 틀림없습니다.
제가 전혀 쥐들의 삶을 간섭한 적도 없고 시비 건 일도 없는데
저의 양식을 축내고 저의 공간을 더럽히고 무엇이든 갉고 찟고 못쓰게 만들어 버립니다.
쥐가 먹으면 얼마나 먹는다고 하시겠지만 그들은 하나를 다 먹고 다음 것을 먹는 것이 아니라
무차별적으로 모든 것의 맛을 조금씩 다 보기를 원하는 아주 욕심이 많은 존재이며,
이빨이 얼마나 강한지 강한 플라스틱은 물론 신발, 골프 가방 까지 씹어 먹어 치우니
집에 남아 나는 게 없을 정도 입니다.
제가 정말로 화가 나는 것은 저희 동네 저의 부자 친구의 집은 건드리지도 않고
가난한 우리집의 양식을 더 즐긴다는 것입니다.
제 친구가 저보다 훨씬 더 잘 살고 먹을 것도 훨씬 많은데 그 집엔 쥐의 흔적 조차 없다니,
약한 자에게 베풀기는 커녕 오히려 괴롭히는 그들의 인간성
아니 쥐성에 견딜수 없이 화가 날 정도 였습니다.
이렇게 작은 설치류를 상대로 씩씩 거리며
불공평한 세상에 한낱 쥐들에게 까지 차별 대우 받고 있는
제 신세 한탄을 하고 있던 며칠전 우연히 어느 글을 읽게 되었습니다.
10대 자녀가 반항을 하면
그건 아이가 거리에서 방황하지 않고
집에 잘 있다는 것이고
지불해야할 세금이 있다면
그건 나에게 직장이 있다는 것이고
파티를 하고 나서 치워야 할 게 너무 많다면
그건 친구들과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는 것이고
옷이 몸에 조금 낀다면
그건 잘 먹고 잘 살고 있다는 것이고
깎아야 할 잔디, 닦아야할 유리창,
고쳐야할 하수구가 있다면
그건 나에게 집이 있다는 것이고
정부에 대한 불평불만의 소리가 많이 들리면
그건 언론의 자유가 있다는 것이고
주차장 맨 끝 먼 곳에 겨우 자리가 하나 있다면
그건 내가 걸을 수 있는데다 차도 있다는 것이고
난방비가 너무 많이 나왔다면
그건 내가 따뜻하게 살고 있다는 것이고
교회에서 성가대의
찬양이 영 거슬린다면
그건 내가 들을 수 있다는 것이고
세탁하고 다림질해야 할 일이 산더미라면
그건 나에게 입을 옷이 많다는 것이고
온몸이 뻐근하고 피로하다면
그건 내가 열심히 일했다는 것이고
이른 새벽 시끄러운 자명종 소리에 깼다면
그건 내가 살아있다는 것이고
그리고 이메일이 너무 많이 쏟아진다면
그건 나를 생각하는 사람들이
그만큼 많다는 것이지요
.
마음속에 나도 모르게 일궈진 불평, 불만들
바꾸어 생각해보면 또 감사한 일이라는 것을....
아 ~~~ 이것이 다 내 집이 있어 일어나는 감사한 일이로구나.
왜 하필 이럴때 이런 글을 읽게 되었는지 하나님은 정말 졸지도 않으시나?
쓸고 닦고 지키고 싶은 내 영역, 차곡 차곡 뭔가를 쌓아 놓을 수 있고
언제라도 돌아와 편히 누울 수 있는 모든 시름 내려 놓고
내 두 발 딛을 내 소유의 공간이 있기 때문에
내가 지금 이런 행복한 고민도 가능한 거라는 단순한 진리를 깨닫습니다.
하나님께서는 저에게 게으르고 나태한 저의 생활과 환경을 돌보는 것 외에
한번쯤 거꾸로 생각하게 하시어 생각만으로 행복해지는 방법을 알려 주시려 하셨나 봅니다.
하나님 저 이제 너어무~ 행복합니다.
다시 쥐 안보내셔도 될것 같아요.
근데 제가 쥐들과의 전쟁중에 터득한 거꾸로 느끼는 이 행복론을
저의 동네 부자 친구도 저와 같은 방법으로 깨닫게 해주시면 안될까요?
- 이전글Proud to be NCBCian! 10.09.04
- 다음글주님 감사합니다. 쥐님 감사합니다. 12.03.20
댓글목록

장근숙님의 댓글
장근숙 작성일
신자매님의 글을 읽을 수 있어서 참 행복하다는 생각을,
자매님의 글을 읽을 때마다 합니다

Jeeyoung Kim님의 댓글
Jeeyoung Kim 작성일
전에 어느 미국 목사님의 책에서 읽은 건데요, 하나님은 내가 지금 꼭 들어야 할 말이 무엇인지 아시고 어떤 통로로든 메시지를 주신다고 합니다. 주무시지도 않고 자매님과 우리에게 꼭 필요한 음성을 들려주시는 하나님, 너~~~~~무 좋아요!

류호정님의 댓글
류호정 작성일
재미와 감동이 오늘도 어김없이 제게 힘을 실어 주네요. 지루하고 긴 신앙의 여정을 즐거움으로 더해 주시는 자매님께 감사. 그런 이웃으로 체워주시는 하나님이 너~~~~~~~무 좋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