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혹이 되기 전 까지 몰랐던 것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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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 3,312회 작성일 13-01-22 2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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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나이 어느새 불혹 (不惑 ) + 2.
부질없이 망설이거나 무엇에 마음이 흔들리지 않고 벼슬길에 올라야 하는 불혹지년(不惑之年) 의 나이가 되었지만
그러나 현실적으로는 연습없는 단한번의 인생이기에 여전히 너무도 자주 망설이고 흔들리며 그 안에는 기쁨보다
아픔이, 즐거움보다는 서글픔이 더 많은 나이가 되었습니다.
자연적인 지구 중력의 법칙에 따라 얼굴 팔뚝 복부 등등... 각 신체의 부분들은 지구의 중심을 향해 앞을 다퉈 처지기 시작하고, 마음만은 아직도 "소녀시대" 인것 같은데 몸은 "노사연" .....
여기저기 종합병원처럼 아프기 시작하면서 다리 어깨 무릎 팔이 일기예보 기상 통보관이 되어 비올때를 자동적으로 예보해주고 있고, 젊었을땐 전혀 이해안가던 나이드신 분들의 행동 습관 태도를 나도 모르는 사이에 따라하고 있습니다. 철 지난 옷을 입고서도 남의 눈치를 보지 않고, 유치하다고 생각했던 모양이나 색깔이 점점 좋아지며, 몸에 좋다는 음식이나 약 이야기가 들리면 나도 모르게 어느새 귀가 솔깃해 집니다.
TV 에 나온 여자들이 나보다 한참이나 어리며 내가 거의 엄마 뻘의 나이가 된다는 것을 실감하기 시작하면서,
" 나이보다 어려보이시네요." 라는 말이 제일 듣고싶은 최고의 찬사가 되었습니다.
자주 깜박 깜박 하기는 기본, 태평양처럼 넓어지는 오지랍에, 말이나 사람 이름이 생각한데로 빨리 빨리 안 나오고,
예전에는 맛 없다고 안 먹던것을 언제 부터인가 맛있게 먹기 시작하는 나를 보면서 빠른 시간의 흐름 속에 벌써 불혹의 나이를 지나 지천명의 나이를 향해가는 아쉬움의 시간을 누리고 있습니다.
하지만 나이가 가져다 준 선물도 있습니다.
이미 시작된 노안이 오기시작하면서 자질구레한 불필요한 것들은 잘 보이지않게 되어 본의아니게 가려서 보고 걸러서 들을수 있게 되었고, 기억력도 예전같지 않아 젊을땐 바늘끝만 닿아도 죽을 듯이 아팠던 일들, 슬픈 상처, 잊고싶은 일들이 애써 마음에 담아두려고 해도 잘 담아지지가 않는다는 것입니다. 사람에게 잊을 수 있는 망각의 능력이 있기 때문에 새희망 새 출발도 가능하다는 사실도 나이가 들면서 저절로 경험으로 깨닫게 되었습니다.
남보다 아름다운것들도 더 보았고, 혼자 불면의 밤을 끙끙 보내면서 감성적으로 성장통을 치르던 일들도 이제 왠만해서는 놀라지 않는 담대함도 생겼습니다.
다소 섭섭하기는 하지만 다정도 병이라고 가슴 시리도록 슬퍼하고 눈물흘리던 일에도 어느 정도 이성으로 제어할줄도 알게 되었습니다. 연륜이 쌓여감에 따라 어렸을적엔 차마 느낄수 없었던 새로운 감정을 느끼게 되고 지혜와 너그러움과 부드러움들도 깊고 풍성해집니다.
어떤 경험들은 고스란히 내 속 안으로 들어와 환한 등불이 되어 젊은 날에는 아무리 노력해도, 좋은 글귀를 읽어도,
그에 가늠하는 체험이 없으므로 관념으로 받아들일수 밖에 없었던 인간 세상 만사를 가슴으로 이해할줄도 알게 되었으니 나이가 든다고 꼭 다 나쁜 것만은 아닙니다.
인생은 나를 몰라주어도, 나는 인생을 알만한 나이가 되면서 저는 언제부터 인가 흐르는 시간을 통해서 삶의 정답을 찾아가고 있습니다. 풀리지 않는 일에 대한 정답도 , 이해하기 어려운 인간관계의 메세지도, 거짓없이 정확히 흐르는 시간을 통해서 찾게 됩니다. 언제나 나를 가르치는 건 다름아닌 말없이 흐르는 시간....
어제의 시간은 오늘의 스승이었고 오늘의 시간은 내일의 스승이 었던 겁니다.
굴복 아닌 극복으로 절망 아닌 희망으로 소중한 내 자아를 지켜온 중년의 아름다운 나의 나이를 사랑합니다.
노아도 6백세에 아들들과 아내와 자부들과 함께 방주에 들어갔고, 아브라함은 75세에 하나님의 부르심을 받았으며,
모세도 나이 팔십에 하나님의 부르심을 받고 1백20세까지 이스라엘 백성을 인도 하였으니 아직도 갈길 먼 불혹 나이에 몇자 두서없이 적어 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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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목록

admin님의 댓글
admin 작성일
마음만은 아직도 "소녀시대" 인것 같은데 몸은 "노사연" -- 하하 박장대소했음. 신자매님, 내가 보기에는 아직도 소녀시대에요. 나는 훨씬 더 아래이신줄 알았슴.
마음을 밝혀주는 좋은 글을 써주시고 웹사이트에 올려주셔서 감사합니다.
나도 모르게 신작가님의 팬되버렸슴.

신지연님의 댓글
신지연 작성일
형제님.
지나친 칭찬은 감사합니다.

mondulover님의 댓글
mondulover 작성일
신자매님 팬 여기도 둘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