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afeway 난동 사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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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 2,625회 작성일 10-05-28 21: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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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저희 동네 Safeway에서 있었던 난동사건을 기술하려고 자판을 두드립니다.
오전에 교회에서 있었던 '자녀를 위한 기도모임'을 마치고 거룩~한 마음으로 아이들 간식거리라도 살까 자주 가던 동네 Safeway를 들렀습니다. 이것저것 골라가지고 계산대 앞에 섰는데, 계산대 입구에서부터 늘어찬 그 수많은 난잡하고 낯 뜨거운 잡지의 표지들이 제 레이다에 걸려버리고 말았습니다. 평소 때는 그저 아이들이 볼까 주의를 다른 곳에 돌리느라 정신이 없었는데, 오늘은 눈치볼 아이들도 없었거늘...저도 모르게 저는 그 중에서 가장 신경이 거슬리는 잡지 하나를 집어 들고 계산대 직원의 면전에 갖다 대고 말았습니다.
" 당신 자식 있냐? 자식 있으면 당신 애들한테 이런 거 버젓이 보여주고 싶냐? 왜 정해진 장소에 관심 있는 인간들이나 뒤적거릴 수 있도록 진열해 두면 되지 이렇게 누구나 지나다니는 계산대 앞에 버젓이 늘어 놓고 있냐? 니들이 생각이라는 게 있냐? 이러고도 커뮤니티에 공헌, 이런거 운운하냐.(아시겠지만 Safeway에서 계산할 때마다 커뮤니티 위해서 기부하라는 건 좀 많습니까?)...뭐 이런 내용으로 버럭질을 낸 것 같습니다. 마지막으로 옆에 서 있던 백인 중년 부인에게 동의를 구하는 눈빛으로 "도대체 이 나라가 어떤 방향으로 지금 가고 있는 거냐? 통탄스럽다!" 라고 소리를 질러 버렸습니다.
정신이 돌아 오는데는 불과 1,2초도 걸리지 않았는데, 제일 먼저 든 생각은 아, 이거 불쌍한 계산대 직원에게 항의할 내용이 아닌데...였습니다(사실 이 멕시코 사람 영어도 잘 못하는 것 같았습니다). 매니저 나오라고 해서 따질 문제 아니었을까? 급 미안한 마음이 들면서 벌개진 얼굴로 "아, 물론 이게 당신 잘못 아닌 건 아는데...매니저에게 꼭 이야기 좀 전해 줄래. 애들 생각도 하고 그래야지, 안 그래...?" 하며 나의 이야기에 공감하는듯 고개를 끄덕이며 웃고 있는 백인 아주머니를 뒤로 하고 도망치듯 그 자리를 피해 나왔습니다.
나중에 아이들에게 이야기 했더니 아이들 왈 "You are embarrassing(엄마, 쪽 팔려)", "You are no better than them"(엄마도 그 사람들보다 나을 꺼 하나 없네) 라며 매우 저를 핍박하는 겁니다. 내용에는 공감하지만 저의 방법에는 동의할 수 없다는거지요. 뭐, 저도 반성했습니다.
비록 저의 섣부른 protest가 단순 난동 사건으로 끝나고 말았지만, 그리고, 애맨 사람한테 화풀이한 꼴이 되어 지금도 엄청 미안하지만(나중에 다시 가서 사과하려고 보니 shift가 바뀌었는지 다른 사람이 있길래 그냥 삼켰습니다)
한편으론 속이 시원했습니다.
우리 아이들을 둘러 싸고 있는 너무나 유해한 여러 환경들에 대해서 그저 아무 저항의 목소리도 내지 못하고 "미국서 살고 있으니까 어쩔 수 없지. 우린 이민자인데." 아니면 "죄 많은 이 세상은 내 집 아니네..." 복음 성가 가사처럼 내가 바꿀 수 없쟎아라며 스스로에게, 그리고 모르는 사이에 아이들에게까지 패배주의를 가르치고 있는 건 아닌지, 생각을 해보게 됩니다.
예레미아 29장에서 하나님은 바벨론에서 이민자된, 그것도 포로 신세로 그 땅에 사는 이스라엘 백성에게 이같이 말씀하셨습니다.
"너희는 집을 짓고 거기에 살며 텃밭을 만들고 그 열매를 먹으라
아내를 맞이하여 자녀를 낳으며 ...너희가 거기에서 번성하고 줄어들지 아니하게 하라. 너희는 내가 사로잡혀 가게 한 그 성읍의 평안을 구하고 그를 위하여 여호와께 기도하라 이는 그 성읍이 평안함으로 너희도 평안할 것임이라 "
가장 비천한 포로(=노예) 신세인 당신의 백성에게 적국 바벨론 땅의 평안을 맡기신 하나님, 그 분이 오늘도 이 미국땅의 평안을 우리 믿는 하나님의 백성에게 맡기시지 않았을까요? 같은 이민자라도 우리는 당시 이스라엘 백성의 신세에 비하면 훨~씬 나은데, 그리고 우리는 그들이 알지 못했던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도 가졌는데, 그렇기에 더더욱 하나님은 이 땅을 우리 손에 맡기셨다고 믿습니다.
내 자녀가 자라나 자녀를 낳고, 그 자녀가 자라나 거하게 될 이 미국 땅을 위해 나는, 때로는 Safeway 난동 사건 같은 미숙하고 덜 떨어진 짓을 하게될찌라도 그것이 아무 것도 하지 않는 것보다는 낫다는 것을 믿으며 하나님이 내 몫으로 맡겨준 이 땅을 위해 기도의 무릎을 꿇어볼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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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목록

mondulover님의 댓글
mondulover 작성일
자매님 용기에 동의합니다. 박수 짝짝짝!!!!!!
누구 재청하실 분 ~~

신지연님의 댓글
신지연 작성일
용감한 지영 자매님일세!!!!
그 자리에 있던 cashier 및 customer 좀 황당한 경험이었겠네요.
그리고 지영 자매님께서 보시고 대노하셨던 잡지들의 사진을 벌써 찾으셔셔 첨부해놓으신 백윤기 형제님의 센스.....

joy님의 댓글
joy 작성일
제목을 보고, safeway 에 무슨 총기 사건이라도 났는가? 하여 급한 마음으로 클릭했더니... 역시 지영자매님답습니다.:)
인간을 싸구려로 만들고 속되게하는 외설잡지가 판을 치는 이 세상에서, 어떻게 우리 아이들을 보호해야 하는가 하는
거룩한 부담감을 갖고 행동에 옯기신 자매님이 자랑스럽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