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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운 이름 어머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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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신지연
조회 3,104회 작성일 10-04-19 1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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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m.jpg 

얼마 안있으면 mother 's day 입니다.

저의 양가 부모님은 모두 한국에 살고 계십니다.

남편 쪽이나 저나 양쪽 어머님입장을 생각하면 이렇게 미국에서 저희들만 뚝 떨어져 살고있는 게 가끔 죄스러울때도 있읍니다.

 

어떻게 하면 시댁으로 부터 머얼리 머얼리 떨어져 살수있을까를 소원하던 철없던 젊은 새댁 시절....

남편따라 미국으로 오게 되면서 그 바라던 소원은 현실화 됐지만... 

헉...그것은 동시에 잔인하게도 제 친정에서도 머얼리 머얼리 떨어져 살아야  됨을 의미했읍니다.

 

아이 육아며 쌀에 김치에 각종 양념에 반찬까지 99.9% 친정 의존도로 살던 제게 그것은 이 세상의 끝이나 다름없는 사형선고였읍니다.

 

날마다 " 우리딸 사랑한다." " 엄마. 나도 사랑해." 하며 국제 전화를 부여 잡고 눈물로 사랑 고백하길 어언 10 년....

 

이제는 제 밑의 동생들도 다들 장가를 들어 졸망 졸망한 조카들이 저와 제 딸의 자리를 메꾸고 있읍니다. 

이제는 한번 친정 엄마와 전화라도 하려고 하면 눈물의 사랑고백 대신 조카 4 명 의 싸우는 소리와 우는 소리, 말리는 올케들 소리를 뒤로하고  도저히 사랑 고백의 분위기가 제대로 잡혀지지가 않아  "  엄마. 알았어. 그럼 들어가. " 그래. 들어가자잉..." 하고 전화를 맺게 됩니다.

 

저도 이제는 자식을 키우는 부모가 되고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시어머님께도  가까이 모시지 못하고 좀더 좋은 며느리가 되지 못했던것이 늘 죄송합니다. 

 

간만에 태평양 건너 잠시 와서 항상 손님처럼 왔다 가는 며느리가 무에 그리 예쁘다고 더운 여름 불앞에서 땀을 뻘뻘흘리시며 추어탕을 끓이시고...   어머님께 추어탕은 최고의 접대 음식입니다. 

 " 디다. 니는 걍 누붇그라."  " 마니 무그라. " ( 대한민국 서울말 통역 : 너는 힘드니 그냥 누워 있다가 많이 먹기나 해라 ) 하시며 그 진하디 진한 추어탕 국물을 넘치도록 담아주시던 어머니.

그때는 미끄덩 거리며 징그러운 미꾸라지가 떠올라 억지로 비우며 어머니 안볼때 남편그릇에 절반은 덜어버리던 그 추어탕이 세월이 갈수록 더 생각이 납니다. 

 

제게 추어탕의 그 진하고 구수했던 추어탕의 국물 맛은 바로 시어니님의 사랑에 대한  기억입니다.

하지만 이제는 늙으신  어머님께서  다리가 편찮으시고 불편하셔셔 아마 그 구수한 추어탕을 못만들어주실것 같읍니다. 

이번에 한국에 가게 되면 이제는 어머님의 추어탕을 제가 배워서 어머님께 대접해야 겠읍니다. 

 

 

 

 

댓글목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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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rk님의 댓글

Mark 작성일

얼마전 식객2 (김치전쟁)라는 영화를 보면서 참으로 많이 울었던 기억이 납니다. 이 영화의 전반에 흐르고 있는 부모님, 특히 어머님에 대한 애절한 추억들이 나를 많이 울게 하였던것 같읍니다. 어떤 이유에서건 한국 땅을 떠나 이곳 미국에 살고 있는 우리들의 마음 한구석에는 항상 부모님에 대한 죄송함과 애절함이 자리하고 있지 않나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