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공관 라디오의 추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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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 2,658회 작성일 10-06-25 08: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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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공관 라디오의 추억
내가 국민학교를 다닐때 집에서 쓰던 라디오에는 굵은 진공관이 빼곡히 박혀있었다.
어느집이나 다 이런 라디오나 전축을 가지고 있었다.
라디오를 켜면 진공관속에 심지가 빨갛게 달궈지며 뜸을 들이다가 이윽고 소리가 나기 시작한다.
어떤때는 이유모르게 소리가 안날때는 우리 아버지가 진공관을 손으로 꾹꾹 짜주시면
신기하게도 소리가 다시 나곤했다. 그 마사지가 왜 통했는지는 아직도 모른다.
중학교 시절에는 일제 소니 트랜지스터가 많이 들어왔다. 손바닥 만한 크기에 단단하게
생긴 그 라디오는 경이 그 자체였다. 튼튼한 고급 가죽 case 에 넣은 트랜지스터를 갖고
AFKN 라디오를 들으며 걸어가는 미군병사가 참 부러웠던 시절이었다. 당시의 만들던 그 튼튼한
작품같은 가죽 case 는 요즘 시대에는 더 이상 만들지 않는다.
고등학교 갖 들어가서 나도 트랜지스터 라디오를 하나 갖게 되었다.
추운 겨울밤 이불을 머리까지 덮어쓰고 그것을 틀고 조그만 ear phone 을 귀에꽂고 여기저기 방송국을 찾곤했다.
인천에 살았는데 밤에는 중국 본토와 일본에서 오는 방송들도 잡히곤 했다.
언젠가 일본방송의 심야 talk show 를 들었다. 하나도 못 알아듣지만 젊은 남녀들이 일본어 특유의 정다운 말투로 얼마나 깔깔대며 재잘대는지 태어나서 인천이외에는 아무대도 가보지 못한 나로서는 먼나라의 사람들의 자유분방스런 그 대화가 못내 신기하였다. 일본이라는 나라와 그 사람들이 동경스러웠다.
그 시대에는 한국사회의 분위기가 안 그랬던 것 같다.
일본에서 태어나 자란 재일교포를 아내로 만난 것도 아마 그때의 그 영향이 있었는지도 모를일이고…
북한 방송에서는 밤 12시가 넘으면 밀파된 공작원들에게 암호를 읽어주었다.
10675 34344 55344 … 등으로 긴 숫자를 하염없이 여성동무가 읽어준다.
이런 것을 들어도 당시에는 나에게는 아무런 느낌도 없었다.
40년이 지난 오늘, 라디오를 좋아하던 나에게는 더 좋은 친구가 생겼다.
바로 MP3 player 이다.
음악, 성경낭독과 EBS 드라마 등을 인터넷에서 다운받아 듣기 시작한지 벌써 몇년째이다.
클래식음악을 좋아하는데 어떤때는 그 선률이 너무나 아름다워 혼자듣기에는 아까울 정도이다.
그중 내가 가장 즐기는 것은 설교 MP3 이다. 우리교회 웹사이트에서는 이상학 목사님의 설교를,
그리고 인터넷에서는 임영수 목사님, 이찬수 목사님 등의 설교를 매주 다운받는다.
산책하면서, 운전하면서, 그리고 밤에 잠자리에서 듣는데 이상학 목사님의 설교는 3번쯤 다시 듣는다.
신기하게도 매번 들을 때마다 새로 캐낼 것을 여기저기에서 발견하며 나도 놀란다.
하나님이 현대에 주신 MP3 player 라는 technology 에 깊이 감사할 따름이다.
그리고 소리를 못듣는 농아교회 교우들은 얼마나 많이 miss out 하는지 안타까울 노릇이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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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목록

신지연님의 댓글
신지연 작성일
기계 울렁증이 있는 저는 새로운 첨단 기계들이 나올때마다 또 어떻게 익혀야 하나 걱정이 됩니다.
MP 3 도 간신히 쓰고있는데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