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컬럼] 흐르는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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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 3,067회 작성일 09-12-16 05: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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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르는 시간
황희연(2009-12-14)
「자넨 무엇 때문에 그렇게 바쁘게 사는가? 」
「책임감 때문이지요」
「하루에 십 오분 만이라도 일을 멈추고 아무것도 하지 않은 채, 세상과 자네 스스로를 돌아볼 수는 없나? 」
가족의 기대를 저버리고 싶지 않고 맡은 바 본분에 충실하고 정직한 소시민이기에 한시라도 바쁘지 않으면 불안한 일중독자 마누엘은 그러고 싶지만 시간이 없다고 꿈에 나타나 묻는 천사에게 대답한다.
「그럴 리가 있나, 누구에게든 시간은 있네. 용기가 없을 뿐이지. 노동은 축복일세. 그것을 통해 우리의 행동을 돌아볼 수 있다면 말이야. 그러나 일에만 매달려 삶의 의미를 도외시한다면 그것은 저주」라고 천사는 말한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 마누엘은 퇴직을 한다. 그 동안의 시간을 보상받고자 그는 부지런히 여행을 하고, 정원 일을 하며 노후를 즐긴다. 그렇지만 마누엘은 외롭다. 오랜 세월 가족을 위해 봉사했건만, 자신이 불필요한 존재로 느껴지는 것은「왜?」 일까
어느 날 밤, 꿈에 천사가 다시 나타나 그에게 묻는다.
「자네는 인생에서 무엇을 일구었나? 꿈꾸던 인생을 살았나? 」라고.
「나는 여기서 무얼 하고 있나? 」라는 질문을 단 한 번도 하지 못 했던 자상하고, 정직하고 근면한 마누엘은 그렇게 세상을 떠난다.
브라질의 작가 파울로 코엘료는「흐르는 강물처럼」을 통해 평범한 사람 「우리」에게 묻는다.
「당신에게 인생이란 무엇인가?」라고.
올 한 해를 마무리 할 시간에 마누엘에게 나타났던 그 천사가 나에게 질문을 한다.
「하루에 십 오분 만이라도 일을 멈추고 아무것도 하지 않은 채, 세상과 너 스스로를 돌아볼 수는 없니? 」
축복과 저주의 사이에서「용기의 십 오분」을 고민하다 올 초, 가슴에 박혔던 시 귀가 생각 났다.
「연탄재 함부로 발로 차지 마라.
너는
누구에게 한 번이라도 뜨거운 사람 이었느냐.
-안도현/너에게 묻는다.- 」
누구에겐가 한 번이라도 뜨거운 존재이기를 소망했던 올 한해, 나는 이 소망을 이루었나? 십 오분 동안 고민해 본다.
맡은 바 본분에만 충실하고 정직하기 위해서 시간이 없었다는 결론이 쉽게 나온다.
그리고 오히려 그런 나를 불필요한 존재로 느꼈을 것이라는 변명으로 위안을 한다.
다시 한번 그 천사가 나에게 질문을 한다.
「누구에겐가 한 번이라도 뜨거운 존재이었니? 」
분주한 세상 속에서 연탄재를 함부로 발로 차며 여러 가지 때를 묻혀 온 한 해가 부끄럽다.
소망을 이루기 위해 흐르는 시간에 함께 동승했었어야만 되는데, 머물러 시간만 보냈기에 의욕과 열망은 식어 버린 지 이미 오래된 듯 하다.
파울로 코엘료가 오늘 나에게 책을 통해 묻는다.
「자네는 인생에서 무엇을 일구었나? 꿈꾸던 인생을 살았나? 」
주님을 위해 살고자 했던 뜨거운 열망이 회복되어 살아 있는 날 동안 그 무엇인가에 뜨거운 존재로 사용되어 마누엘처럼 이해 되지 않는 인생 말년을 보내지 않는 새해를 꿈 꾸어 본다.
「잘 하였도다 착하고 충성 된 종아 네가 작은 일에 충성 하였으매 (마태 25;2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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