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은 나를 기다려 주는가
페이지 정보

작성자 admin
조회 3,338회 작성일 09-04-15 23:03
조회 3,338회 작성일 09-04-15 23:03
본문
(이글은 이연택저 "그들은 나를 기다려주는가" 수필집에서 저자의 허락을 받고 올렸습니다.
이연택장로님께 감사드립니다.)
그런데 이상했다. 8시 정각을 넘어서 10분도 넘기고 있는데 불은 여전히 객석까지 훤했고 무대에선 오케스트라 멤버들이 튜닝을 계속하는 것 아닌가. 요샌 샌프란시스코 심포니도 좀 늦게 시작하나? 양복차림의 한 신사가 무대뒤로 올라와 마이크를 잡은 것은 빈자리 하나없이 꽉 들어찬 객석에서 웅성거림이 거의 시작될 즈음이었다.
"연주회가 늦게 시작된 점을 사과합니다. 사실은 오늘 키 연주자 중 2명이 아직 도착하지 않았습니다. 교통체증 때문이라고 합니다. 이들이 오는대로 곧 시작하겠습니다."
키 연주자? 그렇다면 사라장이 아직 못 왔다는 말 아닌가. 그런데 8시 20분을 넘길 무렵 다시 멘트가 나왔다. 지금 막 그 2명이 도착했다는 것이다.
그로부터 조금 후 갑자기 무대에서는 팡파르가 울려퍼졌다. 늦게 도착한 연주자가 무대에 들어서는 순간에 심포니 단원들이 연주한 팡파르였다. 호른을 든 여성단원이 쑥스럽게 자기 자리로 찾아들어가고 있었다. 다시 조금 뒤엔 트럼본 연주자가 들어섰다. 또 한차례 팡파르가 울려퍼지고 이해심 많은 객석에선 웃음이 터져나왔다.
저들이 키 연주자였나? 늦은 두사람 외에도 호른주자와 트럼본 주자는 각각 너댓명씩 이미 자리하고 있었다. 그렇다면 저들이 솔로로 연주하는 부분이 있을까.
정말 그들은 키 연주자인가, 아니면 관객들의 기다림을 무마하기 위한 과장 표현이었을까. 생각하기 따라선 아무것도 아닐텐데 이상하게 나의 귓전에 키 연주자라는 말이 빙빙 돌았다.
이 날 연주회장에 나는 처음으로 망원경을 가지고 갔었다. 연주회마다 대개 뒷자리에 앉게 되는데, 그럴 때마다 옆자리 사람들이 망원경으로 출연자들을 감상하고 있음을 부러워해 왔던 터였다. 드디어 나도 보란듯이 망원경을 꺼내 한창 연주에 여념이 없는 연주자들의 표정을 살피게 된 것이다.
샌프란시스코 심포니엔 젊은 사람들이 별로 없었다. 대개가 40대는 넘은 중년이었다. 백발이 성성하고 머리가 벗어진 50대, 60대도 많았다. 선굵은 주름이 깊숙히 패인 얼굴들이 악보와 지휘자에 진지하게 몰두하고 있었다. 아름다운 모습이었다.
음악을 전공한 사람들 중에 1%가 프로페셔널 음악인으로 활동한다고 한다. 이 1%중에서도 샌프란시스코 심포니 정도에 입단하려면 다시 하늘에 별따기다. 모두가 출신 동네에선 제일 잘했을것이다. 상도 몇개쯤은 타고 어릴땐 어쩌면 음악 신동이란 소리도 들었을게다. 그리고 지금까지의 생을 연주로 일관해왔다. 그런 경력끝에 백여 개가 넘는 음의 한가닥을 잡고 있는것이다.
난 현기증이 날 정도가 되어서야 망원경에서 눈을 뗐다. 그래, 그들은 한사람, 한사람이 키 연주자였다. 모두가 음악에 삶 전체를 던진 사람들이었다. 한 두사람의 연주 소리가 웅장한 교향악에 포함되고 안되고가 중요한 문제는 아니었다.
키 연주자라는 표현은 그 당사자에 대한 극진한 예우요, 진실된 인정인 셈이다.
하기야 키 연주자라는 것이 어찌 샌프란시스코 심포니에서 뿐이랴. 나는 내가 속한 집단에서 키 멤버인가.


오랜만에 데이비스 심포니홀을 찾았다. 사라장과 샌프란시스코심포니의 협연이었다.
넉넉히 시간을 두고 나온다고 했지만 예기치 못한 교통체증은 연주회 시작을 2 -3분 남기고 나를 허겁지겁 들어서게 만들었다. 일단 문이 닫히고 연주가 시작되면 한 레파토리가 끝날 때까지 입장할 수 없기 때문에 뛰듯이 2층으로 올라섰다. 다행히 간발의 차로 연주회장으로 들어서는데 성공했다. 숨돌릴 틈도 없이 이제 공연이 시작될 판이었다.
그런데 이상했다. 8시 정각을 넘어서 10분도 넘기고 있는데 불은 여전히 객석까지 훤했고 무대에선 오케스트라 멤버들이 튜닝을 계속하는 것 아닌가. 요샌 샌프란시스코 심포니도 좀 늦게 시작하나? 양복차림의 한 신사가 무대뒤로 올라와 마이크를 잡은 것은 빈자리 하나없이 꽉 들어찬 객석에서 웅성거림이 거의 시작될 즈음이었다.
"연주회가 늦게 시작된 점을 사과합니다. 사실은 오늘 키 연주자 중 2명이 아직 도착하지 않았습니다. 교통체증 때문이라고 합니다. 이들이 오는대로 곧 시작하겠습니다."
키 연주자? 그렇다면 사라장이 아직 못 왔다는 말 아닌가. 그런데 8시 20분을 넘길 무렵 다시 멘트가 나왔다. 지금 막 그 2명이 도착했다는 것이다.
그로부터 조금 후 갑자기 무대에서는 팡파르가 울려퍼졌다. 늦게 도착한 연주자가 무대에 들어서는 순간에 심포니 단원들이 연주한 팡파르였다. 호른을 든 여성단원이 쑥스럽게 자기 자리로 찾아들어가고 있었다. 다시 조금 뒤엔 트럼본 연주자가 들어섰다. 또 한차례 팡파르가 울려퍼지고 이해심 많은 객석에선 웃음이 터져나왔다.
저들이 키 연주자였나? 늦은 두사람 외에도 호른주자와 트럼본 주자는 각각 너댓명씩 이미 자리하고 있었다. 그렇다면 저들이 솔로로 연주하는 부분이 있을까.
연주회 끝까지 유심히 보았지만 그렇지고 않았다. 다만 1백여명의 오케스트라 단원 중 한명일 뿐이었다.
불만스러울 것 까지는 없었지만 난 다소 충격을 받았다. 그 2명이 빠진다고 연주소리가 달라질까. 아마도 대부분의 관객들은 빠진 줄도 모를 것이다. 그런데 2천여명이 넘는 관객들에게 기다려달라는 양해를 심포니측은 구하는 것이다. 결국 30분이 다 되어 연주회는 막을 올렸다.
불만스러울 것 까지는 없었지만 난 다소 충격을 받았다. 그 2명이 빠진다고 연주소리가 달라질까. 아마도 대부분의 관객들은 빠진 줄도 모를 것이다. 그런데 2천여명이 넘는 관객들에게 기다려달라는 양해를 심포니측은 구하는 것이다. 결국 30분이 다 되어 연주회는 막을 올렸다.
정말 그들은 키 연주자인가, 아니면 관객들의 기다림을 무마하기 위한 과장 표현이었을까. 생각하기 따라선 아무것도 아닐텐데 이상하게 나의 귓전에 키 연주자라는 말이 빙빙 돌았다.
이 날 연주회장에 나는 처음으로 망원경을 가지고 갔었다. 연주회마다 대개 뒷자리에 앉게 되는데, 그럴 때마다 옆자리 사람들이 망원경으로 출연자들을 감상하고 있음을 부러워해 왔던 터였다. 드디어 나도 보란듯이 망원경을 꺼내 한창 연주에 여념이 없는 연주자들의 표정을 살피게 된 것이다.
샌프란시스코 심포니엔 젊은 사람들이 별로 없었다. 대개가 40대는 넘은 중년이었다. 백발이 성성하고 머리가 벗어진 50대, 60대도 많았다. 선굵은 주름이 깊숙히 패인 얼굴들이 악보와 지휘자에 진지하게 몰두하고 있었다. 아름다운 모습이었다.
음악을 전공한 사람들 중에 1%가 프로페셔널 음악인으로 활동한다고 한다. 이 1%중에서도 샌프란시스코 심포니 정도에 입단하려면 다시 하늘에 별따기다. 모두가 출신 동네에선 제일 잘했을것이다. 상도 몇개쯤은 타고 어릴땐 어쩌면 음악 신동이란 소리도 들었을게다. 그리고 지금까지의 생을 연주로 일관해왔다. 그런 경력끝에 백여 개가 넘는 음의 한가닥을 잡고 있는것이다.
난 현기증이 날 정도가 되어서야 망원경에서 눈을 뗐다. 그래, 그들은 한사람, 한사람이 키 연주자였다. 모두가 음악에 삶 전체를 던진 사람들이었다. 한 두사람의 연주 소리가 웅장한 교향악에 포함되고 안되고가 중요한 문제는 아니었다.
키 연주자라는 표현은 그 당사자에 대한 극진한 예우요, 진실된 인정인 셈이다.
하기야 키 연주자라는 것이 어찌 샌프란시스코 심포니에서 뿐이랴. 나는 내가 속한 집단에서 키 멤버인가.
암만 내가 외친들 소용없다.
지나칠수도 있는 상황에서 집단과 대다수는 나를 기다려 줄 것인가...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