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 운전 가르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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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 2,751회 작성일 11-08-09 2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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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아이가 이 세상에 태어나 처음으로 첫 발을 떼고
아장 아장 걸어다니던 모습이 바로 어제의 일같은데 ....
이제 그 아이가 커서 운전을 배우겠답니다.
훌쩍 커버린 아이를 발견합니다.
운전하기엔 아직 너무 이른 나이란 생각이 엄마인 저의 절대 생각이지만,
자신이 운전을 시작 할수 있는 법적 나이를 손꼽아 기다려온 딸아이에겐
걱정도 팔자이신 20 세기 구닥다리 엄마의 시대에 안맞는 의견일 뿐입니다.
위험하다고 아이에게 평생 운전을 못하게 할수도 없는 노릇이고,
나 또한 ride 의 굴레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운전을 반드시 가르쳐야 함에도 머뭇거려지는 것은
이제는 어쩔수 없이 내 아이에게
세상속에서 싫든 좋든 수없이 만나야 할 인생의 네거리에서
깜박이는 인생의 신호등과 인생의 여러갈래 방향의 차선에 서서
스스로 선택하고 결정하며 살아야 하는
책임을 지워 주어야 하는 시기가 온 것 같아
부모로써 안타까운 마음이 드는 것입니다.
부모의 이 깊은 뜻을 아는지 모르는지
마냥 흥분이 되는 아이는 평상시와는 달리 시키지도 않아도
이리 저리 정보를 잘도 알아보고 ....
아주 밉상입니다.
떨리는 마음으로 아이 옆자리에 앉아 운전을 가르치는 일은
생각보다 많은 인내심과 에너지,
그리고 제자 훈련의 이해가 필요한 일이었습니다.
물론 목숨도 걸어야 했습니다.
아직은 자동차라는 기계에 대한 이해와
상황 판단 능력, 속도감과 공간 감각이 부족한 아이가
다른 차량들과 함께 살아 움직이는 도로에서
아찔한 순간을 경험할때는 저는 옆에서 가슴을 쓸어내려야 했고,
" 오 주여" 를 외치며 실시간 하나님과 동행하는 삶을 살아야 했습니다.
아이가 운전을 시작하면서 좋은 점도 있습니다.
운전하는 게 아주 피곤한 것임을 알기 시작하고
가끔은 엄마가 ride 주는 것에 감사할줄도 안다는 것입니다.
또 차가 움직이기 위해서는
비싼 개솔린을 넣어주야한다는 것을 실감하기 시작한 것입니다.
한번 개솔린을 넣으면 한 일년 정도 탈수 있는 줄 알았던 것인지
의아한 얼굴로 벌써 개솔린을 넣어주어야하냐,
한번에 얼마가 들어가느냐며 슬슬 유가 경제에도 눈을 떠가는 것이
이제야 너도 철이 좀 드는 구나 싶기도 합니다.
아직은 Permit 으로 운전하는 연습생 처지에
벌써부터 엄마인 제 운전 스타일에 대해 잔소리도 하기도 합니다.
아이에게 운전을 가르치면서
사랑한다는 것은 상대방의 멋진 점들을 실감하는 것이 아니라
안 좋은 부분들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이란 점을 다시한번 실감합니다.
좋은 점들을 좋아하는 것은 누구나 가능하지만,
싫은 부분, 부족한 부분을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것이 바로
진정한 사랑이란 생각을 해봅니다.
내 아이가 이제부터 만나야 할 사거리와 신호등은 과연 몇개나 될까요?
내 아이의 인생길 도로 위 에서의 직진, 멈춤, 유턴, 우회전, 좌회전의 선택과
그 아이의 인생을 운전하는 주권은 결국 내 아이의 몫이지 싶습니다.
옆에 앉은 이 엄마가 내 아이가 잡은 핸들과 브레이트를 대신 잡아 줄수 없으니...
아무리 붙잡고 싶어도 붙잡을 수 없게 되는 때가 눈깜짝할 사이에 와서
우리의 곁을 떠나게 될 우리들의 아이들...
지금 제가 가르치는 이 운전 연습도 결국엔 홀로서기의 연습인 셈 입니다.
어릴적 아이에게 처음으로 두발 자전거 타기를 가르칠 때 처럼
넘어질새라 불안한 마음으로 잡아주던 자전거를
수없이 넘어짐과 추락 끝에 믿음으로 손을 떼어 놓고
뒤뚱 뛰뚱 멀어져가는 아이와 자전거를 흐뭇하게 바라보던 그 날 처럼
이제 또 한번 잡았던 그 손을 믿음으로 놔주어야 합니다.
그리고 상처와 좌절이 무너뜨리는 도구가 아니라
인생을 일으켜 세우는 밑거름이라는 것을 또 한번 배워갑니다.
설령 오늘 " 노,노,노, 스탑... 거기서 출발하면 어떻하니? 사고 나면 어떻할래? "
떨리는 심장으로 잔소리가 목 끝까지 올라와도
심호흡 한번 크게 하고, 쿨하게 참아 주고 ,
오히려 사랑과 인내로 격려해 주어야 겠습니다.
언젠가는 멋진 운전 솜씨로 부모를 태우고 근사한 곳으로 모실날을 꿈꾸어 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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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목록

손경일님의 댓글
손경일 작성일
그렇지요?...완전 동감...^^ 우리 1세들이 우리2세들을 이 마음으로 바라볼때 가정도 교회도 주님의 원하는 모습이 되리라 믿습니다...저도 지연자매님처럼 이렇게 마음에 있는 것을 글로 잘쓸수 있었으면 참 좋겠는데...^^ 안돼서 이렇게 댓글로 대신합니다..

donkey님의 댓글
donkey 작성일
신자매님의 글에는 다음과 같은 특징이 있다.
1. 나를 꼭 폭소를 터뜨리게한다. (이건 쉬운 일이 아님. 나는 웬만해서는 빙긋 웃게되지 깔깔깔은 드물음)
2. 일상생활에서 의 담백한 소재를 크리스챤 뷰를 가미한 재밋고 상큼한 글로 바꿔준다.
3. 뭔가 도움되는 lesson 을 남겨준다. 재미난 표현에 능하시기 때문에 어떤때는 그것들만 생각난다. 백형제의 "언혜다, 언혜!" 라던가...
4. 자신의 기쁨/슬플/어려움의 체험에서 나오는 진솔한 글이라 그냥 좋다. 기다려진다.
박완서 선생님이 40대에 문단에 나오신 것을 생각하면서 신자매님께도 권해본다.

손경일님의 댓글
손경일 작성일
덩키는 누구신가요?..^^

양준모님의 댓글
양준모 작성일
제 아이들은 아직 어리지만, 저도 동감입니다. 좋은 글 감사합니다.
그리고, 또 하나 공감하는 것이 있으니 (목사님의 댓글과).............
......
Donkey는 누구십니까? 너무 신비주의로 가지마시고 밝히시지요. :)

신지연님의 댓글
신지연 작성일
궁금하신 목사님과 양준모 형제님을 위하여 donkey 님의 베일을 벗겨 드립니다.
아 ~ 천기를 누설하는 순간...
아래 쌍동이 형제님들중 한분이십니다.
맞춰 보세요.

최윤희님의 댓글
최윤희 작성일
자매님글에서 제가 느끼는 공감과 감동을 댓글로는 다 표현을 못하겠네요.
부모라는 이름을 가진 우리 모두 화이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