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험이 묻고 인생이 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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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 3,201회 작성일 13-01-26 1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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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살면서 크고 작은 시험을 치루고 산다.
시험은 준비된 자에겐 짧은 여정이요, 그렇지 않은 자에겐 멀고 먼 가시밭길이요, 어떤 시험이라도 떨어지면 가문의 수치요 망신이고, 기분이 나쁜 것이 시험이다
시험을 잘보려면 물론 시험 공부를 잘 준비하여야 하지만 시험이 어떻게 출제 되는가에 대한 사전 정보도 필요하다.
한국에서 내가 운전 면허를 따던 그 당시 운전 면허 필기 시험 그리고 코스 기능 시험 그리고 다시 도로 주행 시험을 통과해야 했었다. 먼저 시험을 치룬 친구들에게 물어보니 필기 시험이 너무 어려웠단다.
그 말이 그 말 같고 아리송하여 공부를 철저히 하지 않으면 떨어진 다는 것이다.
그 말을 듣고 나는 사법 고시 치루듯 멀미가 날 지경으로 문제와 답을 다 외워서 시험에 임하였다.
시험이 끝나고 그 자리에서 결과 발표가 있는데 시험관이 내 이름을 불렀다.
70% 이상 합격인데 만점을 받았다고 세워서 응시자들로 부터 박수 까지 받았다.
필요없이 과도하고 지나친 공부때문에 살면서 1 등을 다 해보고 …
박수를 쳐주면서 나를 바라보는 응시자들의 눈빛은
< 독한 것. 뭘 저리까지 열심히 할꼬? 커트라인 만 넘으면 다 합격인데… > 이런 눈빛이었다.
시험장 밖에도 컴퓨터로 채점된 응시자들의 점수표가 친절하게 벌써 일등 부터 꼴등 까지 붙어 있었다.
승리자만이 가질 수 있는 여유를 가지고 나는 일등 부터 꼴등 까지 이름을 감상했다.
누가 누군지는 모르지만 승리자의 영광과 교만과 그리고 여유를 가지고…
미국 캘리 포니아주에 와서 운전 면허 학과 시험을 치루게 되었을때도 먼저 와있던 친구에게 사전 조사를 했었다.
이 친구는 이곳의 필기 시험은 너무 쉬우니 걱정도 하지 말고 눈 감고도 풀수 있다고 했다.
그 말듣고 걱정도 진짜 안하고 캘리포니아에 도착한 다음날 당장 남편과 남편의 회사에서 보내준 리로케이션 회사에서 나온 미국 여자와 DMV 에 갔다. 한국어로 시험을 보겠냐고 묻는다.
았싸.... 여기는 한국말로 시험도 보는 구나. 무사 통과 합격을 직감했다.
시험을 치루는 장소도 엉성했다. 한국 처럼 제복을 입은 결찰관의 감독하에 엄격하게 치루는 시험이 아니라 시험지를 주더니 저쪽에 가서 시험보라는 것이다. 그래서 남편과 함께 데리고 갔던 딸아이와 조르르 앉아 시헙 같지도 않은 시험을 보았다.
사당 오락 대한 민국 입시 지옥 출신인데 막연한 자신감이 샘솟았다.
그런데 왠걸, 시험지를 읽는데 잘 모르겠더이다.
딸아이를 가운데 두고 그 옆에 남편이 있었는데 < 아빠 6 번에 뭐라고 썼는지 보고 엄마 한테 얘기 해줘.. >
커닝은 순간이고 운전 면허는 영원하니 상부 상조하자 했더니 남편과 나의 시험지 유형이 달라 소용이 없는 거였다.
결과는 사이 좋게 쌍쌍 불합격. 다른 것은 그리 안 맞더니 시험 떨어지는 데는 부부간에 이리도 의견이 잘 모아진다.
다음 스케쥴에 까지 지장이 생겼으니 같이 갔던 리로케이션 회사의 직원이 우리 부부를 한심하게 쳐다 보는 듯했다.
해외에 나와서 국위를 선양해도 모자를 판에 오자마자 국제적 망신을 당하고 캘리포니아 운전 면허 필기 시험에서 내 인생에 없던 재수를 하게 될 줄이야.
무식하면 용감해진다더니 한번쯤은 공부를 하고 갔어야 되는데 친구 말만 듣고 간 내가 잘못이었다.
미국 시민권 시험을 볼때는 시험관이 중국계 여자 시험관이었었는데 아침에 부부 싸움이라도 하고 나왔는지 여차 하면 꼬투리를 잡아서 있던 시민권도 뺏어갈 판이었다.
권위적이고 고압적인 자세에 100 문제 중 굳이 어려운 걸로만 골라 골라 내게 물어 보았다.
주눅이 들어서 미국의 처음 대통령이 누구냐는 단순한 질문에 나는 링컨이라고 대답하다가 깜짝 놀라 와싱턴이라고 다시 대답했는데 순간 그 시험관의 눈이 매섭게 나를 쪼아 보았다.
< 링컨 > 에 뭔가 결점이 있을 것 이라 생각했는지 < 링컨 대통령이 Civil 전쟁을 승리로 이끌었다> 를 영어로 써보라 했다. 내가 다 쓰자 시험관은 폭풍 실망한 얼굴로 아쉬워했었다.
시험이 다 끝이 난 후에도 전혀 축하하지 않는 얼굴로 콩그레츄레이션 이라고 며칠 긂은 시어머니 얼굴로 말했다.
같이 들어갔던 남편은 쉬운 시험관 만나 10 분 만에 농담 주거니 받거니 하다 나왔다는데 나는 30 분 동안 빡세게 시험을 치뤄야 했다.
시험 성적은 대체로 착실하고 모범적이며 성취감이 강한 사람이 두각을 나타내지만 우리 인생속에서 줄줄줄 기다리고 있는 인생의 시험은 잘살기 위한 정답이 존재하는 걸까?
시험의 연속인 인생 속에서 인생의 시험을 만나면 정답을 고를 수 있는 세상의 시험이 오히려 그리워진다.
불안해 하면서도 놀고, 공부만 빼곤 뭐든지 다 잘 되는 것 같던 시험 직전의 그 거부감과 초조함도 그리워진다.
준비의 부담감, 시험 후의 개운함, 결과 뒤의 성취감이 기다리는 세상의 모든 시험지가 정답도 있고 합격뒤엔 업 그레이드 된 자격이 주어지듯, 인생에서 만나는 시험 또한 우리들이 감당할 만한 시험과 시험당할 즈음에 피할 길을 내어 주시는 하나님이 내 인생 시험 뒤에 있음을 믿는다.
시험을 당하거든 온전히 기쁘게 여기라는 사도 바울의 말 처럼, 시험은 싫지만 시험을 치른 후 받는 Certificate 는 반갑기에 당한 시험을 오히려 즐기려 노력 해보련다.
거친 파도를 즐기는 서퍼 처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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