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주가 섬기는 그날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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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 3,103회 작성일 11-05-06 09: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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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전 지구 반대편 영국 왕실의 결혼식이 세기의 결혼식이라 불리며
20 억 전세계가 지켜보는 가운데 4 시간 넘게 생중계까지 되면서
온 세상을 떠들썩하게 하였었습니다.
바로 영국 왕실의 윌리엄 왕자와 평민 출신이라는 케이트 미들턴이 그 주인공이었는데
영국 왕실로서는 찰스 왕세자와 다이애나 비 이후 30 년 만에 맞는 경사라며
결혼식날을 임시 공휴일날로 지정하는 등 온 지구촌의 관심이 집중되었었습니다.
먼 남의 나라 왕실의 결혼식일 뿐인데 우리들이 왜 이렇게 관심을 가져주어야 하는지
전혀 이해를 하지못하면서도 동화책 속의 이야기처럼
평민 출신의 아름다운 여자가 멋진 왕자님을 만나 사랑에 빠지고
결국은 결혼해서 신분 상승과 더불어 행복하게 잘 살게 된다는 동화속 불문율이
눈앞에서 TV 로 생중계되는 현장에 사실 저 또한 살짝 흥분이 되긴 하였었습니다.
일반적으로 이야기 속의 아름다운 공주님은 나쁜 계모를 만나 고생하지만
결국은 씩씩하고 용감하고 잘생긴 왕자님을 만나
< 고생 끝, 행복 시작 > 의 삶을 살게 되었다.... 는 동화속의 고전적 스토리.
결혼해서 한달만 살아보면 다 알게 되는 말도 안되는 허무 맹랑한 이야기이지만
예나 지금이나 우리들은 왕자님과 공주님의 해피 앤딩을 여전히 꿈꾸고,
자신을 공주처럼 여왕처럼 행복하게 해줄수 있는 왕자를 만나기를 꿈꿉니다.
저는 윌리엄 왕자와 케이트 미들턴에게 진짜 인생은 결혼식 자체가 아니라
함께 살기 시작한 후 부터 이며 세상의 관심과 기대만큼이나
어떤 고난이 와도 헤치고 잘 살아 오래도록 함께 행복하길 바란다고 진심으로 말해주고 싶습니다.
딸을 낳아 키워 보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어느 정도의 나이가 되면
모든 것이 " 공주 " 에서 시작해서 " 공주 "로 끝나는 때가 있습니다.
공주 옷에, 공주 이불에, 공주 신발, 공주 머리띠, 공주 치마, 금발 머리에 왕관,
뭐든지 공주라는 단어가 붙어야만 좋아하고,
12 폭의 무겁디 무거운 공주 드레스를 평상복 처럼 입고 땅을 쓸고 다니며
공주의 상징인 레이스와 분홍색만 찾는 그런 시절이 있습니다.
그러던 시절이 몇 년 지나면 어느새 공주를 좋아 했던 자신들을 부끄러워 하며
공주 차림의 의상을 유치하다고 생각하는 시절이 옵니다.
더이상 자신들이 공주 놀이에 연연해 하는 어린 아이가 아니라고 생각하는 시기가 된겁니다.
그러다가 좀 더 자아가 발달하고 여성의 인권에 눈이 띄여지면
여성의 행복이 미모로 결정 지어지고,
언제나 권력있는 백마탄 왕자를 기다려 수동적인 행복을 이루려는
한결같이 착하기만 하고 현실에 대한 저항력 조차 없는
나약한 수동태 모습의 이야기속 공주를 혐오하게 되는 시절이 옵니다.
그러다 그런 저런 시절도 다 지나고 저 처럼 울퉁 불퉁 인생의 무게를 알만한 나이가 되면
여성의 인권이고 뭐고 다시 " 여봐라 !!! 이리오너라 !!! 거기 아무도 없느냐? " 라고
아래 사람들에게 호령하며 권력의 그늘에 살짝 안주하여
편하게 살고 싶은 몹시 현실적인 시기가 오게 됩니다.
저처럼 현실을 파악하는 눈이 열리는 나이가 되면
공주의 지위가 만들어내는 권력과 힘을 사모하게 되는 것입니다.
하지만 모든 사람들의 존경과 사랑을 받으며,
아래 사람들의 섬김과 호위와 시중이 너무도 익숙한 그들의 모습은
자신을 부인하고 스스로를 낮추어 섬기는 예수 그리스도의 모습과는 사실 다소 거리가 있어 보입니다.
스스로를 높은 탑 속에 가두고 손가락 하나 까닥 못하는 마술에 걸린 공주처럼,
무기력하게 잠에 빠져 일어나지 못하는 공주가 된것 처럼,
교회에 와서도 섬김을 받기만 하길 원하는 수동적 공주들이 교회에도 참 많이 있습니다.
누구든지 높아 지려고 하는 사람은 낮아지고, 낮아지려고 하는 자는 높아지며,
으뜸이 되고자 하는 자는 모든 사람의 종이 되어야 한다는 주님 말씀은
어쩌면 섬김을 받으므로서 내 존재 가치를 확인 하고 싶은 우리 시대 공주들에게
종으로 살으라며 본능과 반대되는 삶을 기대하는 것이니 참 쉽지는 않아 보입니다.
중국의 어느 성인의 말입니다.
< 바다가 수천개의 산골짜기 작은 물줄기들에 복종하는 이유는 항상 낮은 곳에 있기 때문이다
다른 사람보다 높은 곳에 있기를 바란다면 그들보다 아래에 위치하고
그들 보다 앞서기를 바란다면 그들 뒤에 위치하라
이와 같이 하여 사람들의 뒤에 있을지라도 그의 무게를 느끼지 않게 하며
그들보다 앞에 있을지라도 그들의 마음을 상하게 하지 말라.>
적어도 주님의 교회안에서는 누가 섬기러 와주기만을 기다리는 < 공주 >이기를 포기하고
스스로 낮아져서 섬기기를 즐거워 하는 십자가 모습의 < 시녀 >들이
더 더 많이 생겼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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